서울시, 덕수궁길 320m 정비계획 발표
고종의길 입구∼동화면세점 구간… ‘역사길’ 5개 코스중 2코스 해당
4개 구간은 2019년 이미 완성… “근대 문화유산 향유 기대”
서울 중구에 있는 덕수궁과 정동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대화 역사의 집약지다. 개항 후 바로 이곳에 외국 공사관들이 들어섰고, 각종 근대식 교육기관과 교회, 병원도 이곳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19세기 대한제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동 근대역사길’이 6월이면 정비가 마무리된다. 120여 년 만에 한국 근대화 역사의 터전이 부활하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덕수궁길’ 정비 계획을 11일 발표했다. 덕수궁길은 시가 ‘정동 일대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조성한 ‘정동 근대역사길’ 5개 코스 중 제2코스에 해당된다. 덕수궁 후문 ‘고종의 길’ 입구에서 시작해 옛 덕수궁 영역을 따라 중구 덕수초∼동화면세점 앞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320m 구간으로, 15일 착공해 6월이면 공사가 끝난다. 나머지 4개 코스는 2019년 이미 정비를 마쳤다. 시는 약 2m 폭의 협소했던 덕수궁길 보도를 최대 4.4m까지 확장하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 펜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새문안로2길 역시 기존 보도 폭을 3.3m에서 6m까지 확장하고, 덕수 소공원에는 가로수를 심어 휴게공간으로 꾸민다.
정동과 덕수궁 일대의 역사보행탐방로는 옛 러시아공사관, 정동교회, 배재학당, 환구단 등 근대역사유산과 옛길을 아우른다. 2.6km 길이로 모두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시뿐만 아니라 정동지역 내 25개 기관으로 이뤄진 민간 협의체인 ‘서울정동협의체’ 등이 역사 복원을 위해 힘을 모았다.
제1코스인 ‘배움과 나눔’은 근대화 시기 황족 및 귀족의 자제가 교육을 받던 ‘양이재’와 조선시대 관립 교육기관인 서학당 터가 남아있다. 제2코스는 이번에 정비되는 ‘덕수궁길’로, 일제에 의해 축소·왜곡되기 전의 덕수궁 터를 따라 조성됐다. 1896년 2월 11일 새벽 고종이 일본의 감시를 피해 궁녀가 타는 가마에 몸을 싣고 옛 러시아공사관으로 향했던 ‘아관파천’의 실제 피신로를 복원한 ‘고종의 길’도 이곳의 일부다. 제3코스 ‘외교타운’은 개항 후 각종 외국 공사관 및 대사관들이 자리를 잡은 곳으로 지금도 여러 대사관이 위치한다. 제4코스는 계몽운동을 주도한 독립협회와 독립신문사 및 배재학당이 있던 장소로 ‘신문화와 계몽’이라는 이름을 지닌다. 마지막 코스 ‘대한제국의 중심’은 고종 황제가 직접 제사를 지내던 환구단과 대한문, 현재의 서울광장 등이다.
양용택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덕수궁길을 정비해 시민들이 안전하게 걸으며 정동의 역사와 근대 역사문화 자원들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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