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제보 증거 달라” 해서 줬더니 유죄→2심서 무죄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3월 12일 14시 05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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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거래를 제보했다가 ‘증거를 확보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응한 40대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 판결로 억울함을 풀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박재영 김상철)는 11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자흐스탄 국적의 교포 A 씨(40)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A 씨는 2018년 10월 경찰에 자신의 주거지 인근 외국인들이 마약거래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제보만으로는 조사가 어렵다”면서 사진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달라고 통역인을 통해 요청했다.

그러자 A 씨는 통역인에게 “증거자료로 약물을 가져다드리면 되는 건가요? 오늘 그쪽에 잠입해 약물을 구입해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몇 시간 뒤 실제로 마약을 사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구매한 마약은 화장실 변기에 넣어 폐기했다.

이후 A 씨는 경찰에 출석해 관련 실태를 진술 하는 등 협조했다. 그 덕분에 경찰은 마약을 거래한 외국인 8명을 구속시키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A 씨는 마약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증거수집 목적으로 마약을 매매한 것이더라도, 수사기관의 지시나 위임을 받지 않고 매매행위로 나아간 이상 마약류매매 범행의 범의가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을 했다.

A 씨는 “수사기관 요청으로 증거를 확보해 제출하기 위해 마약을 매수하고 사진을 촬영한 다음 폐기했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의 마약류 매매에 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 씨는 증거자료 확보 요청을 받았을 뿐 아니라 마약 매수 직전에 거래 예정 사실을 통역인에게 보고까지 했다”며 “A 씨로서는 수사기관의 구체적 위임과 지시를 받아 마약을 매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적 목적으로 마약을 매수한 것이라면 매수 직전에 매수 예정사실을 통역인에게 보고하거나 매수 직후에 사진을 촬영한 다음 경찰관에게 전송할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씨의 소변과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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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21-03-12 14:55:11

    함정수사는 처벌 대상입니다.

  • 2021-03-12 17:42:02

    관계된 경찰관과 판관은 징계를 받아야 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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