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朴법무 지시는 사실상 수사하지 말라는 압박”
檢, 김학의 출금 수사 외압관련… 李지검장에 출석 재요구할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 관련 피의자 중 현직 검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등에 대한 사건을 12일 검찰로 재이첩했다. 하지만 재이첩과 동시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전 차관 관련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에 파견된 검사들에 대한 활동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검찰 내부에선 “사실상 수사팀 해체와 같은 지시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압박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공수처 “현실적으로 수사 전념 여건 안 돼”
김진욱 공수처장은 12일 공수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검찰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수원지검 수사팀은 3일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하던 중 현직 검사인 이 지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른 결정이었다.
김 처장은 재이첩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로 수사팀조차 구성하지 못한 공수처의 상황을 들었다. 김 처장은 “현재 검사와 수사관을 선발하는 중으로 3, 4주 소요될 수 있으므로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서 “수사는 공정해야 하는 동시에 공정하게 보여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불필요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거나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12일 오후에야 수사 실무를 담당할 검사 임용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1차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경찰에 이첩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공수처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를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김 처장은 “경찰의 현실적인 수사 여건, 검찰과의 관계하에서 그동안의 사건 처리 관행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할 경우 이 지검장이 영장 청구와 기소 여부에 관여하게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처장은 “검사의 범죄를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조항을 전속 관할로 판단한다면 공소 제기를 다른 수사기관이 하는 게 부적법할 수 있다”면서 “법원의 판단은 없지만 공수처가 기소를 결정하도록 다른 수사기관과 다음 주에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박범계 “수사팀 파견 연장 불허”
검찰은 9일 만에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다시 넘겨받게 됐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마주했다. 박 장관이 12일 김 전 차관 사건 수사팀 5명 가운데 파견 형식으로 참여하는 임세진 부장검사와 김경목 검사 등 2명의 활동 연장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두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한 것은 노골적인 수사팀 압박으로,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임 부장검사는 수사팀에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혐의를, 김 검사는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고 있었다. 수사팀은 16일 차 본부장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었지만 임 검사 등은 15일부터 수사팀에서 제외돼 향후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에게 다시 출석 요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 재직하며 안양지청 수사팀의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앞서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진행할 당시 참고인, 피의자 신분으로 각각 세 차례씩 총 여섯 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더 이상 공수처 등을 이유로 수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면서 “계속해서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검찰이 강제 수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