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여아, 친부 찾기 ‘미궁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3일 03시 00분


친모 주변 남성 2명과 DNA 불일치
친부 확인 난항… 수사 범위 확대
숨진 여아 출생신고 안돼 있고 사라진 아이 이름으로 키워져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자 아이의 친엄마가 외할머니로 알려진 40대 여성으로 밝혀진 가운데 경찰이 아이의 친부로 지목된 남성의 DNA(유전자)를 대조했지만 ‘불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구미경찰서는 전날 친모인 A 씨(48)와 친분이 있는 한 남성의 신병을 확보해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검사를 의뢰했다. 숨진 B 양(3)의 친부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사 결과는 이 남성과 B 양이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나왔다. 경찰은 이 남성 말고도 A 씨 주변의 또 다른 남성 한 명을 추가로 불러 DNA 검사를 했지만 일치하지 않았다. A 씨가 친부와 공모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찰은 주변 남성을 상대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당초 A 씨의 친딸인 C 씨(22)가 B 양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모가 A 씨였다는 사실이 DNA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경찰은 A 씨가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해 그 사실을 남편과 가족에게 숨겨야 했고, 결국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외손녀와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가 B 양을 의도적으로 외손녀로 둔갑시켰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나왔다. 친딸 C 씨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직후 출생신고를 한 것과는 달리 A 씨는 B 양을 출산했다는 기록도 없고, 출생 신고도 하지 않았다. 경찰이 A 씨가 처음부터 아이를 바꿔치기 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이유다. C 씨가 낳은 아이는 출생신고를 하고 사라졌고 B 양은 그동안 사라진 아이의 이름으로 키워졌다.

C 씨는 최근에야 자신의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 조사에서 매달 구미시에서 아동수당을 받아왔지만 숨진 B 양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추궁하고 있지만 혐의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친모가 여전히 숨진 아이가 자신이 낳은 딸이 아니라고 해 수사에 진척이 없다. 친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9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C 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C 씨가 지난해 8월 B 양을 빈집에 홀로 남겨 두고 이사를 가는 바람에 아이가 숨졌다고 판단했다. 11일에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A 씨를 구속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친딸 C 씨에게 맡겨 아이의 신체 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봤다.

구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구미 여아#친부 찾기#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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