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백신을 맞은 뒤 혈액이 굳는 등의 부작용 의심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다. 오스트리아·덴마크·노르웨이에선 백신을 맞은 50대 이하 의료진이 폐색전증·패혈증으로 급사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국내 보건 전문가들은 “50세 미만 젊은층이 폐색전증이나 패혈증으로 급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절대 아니다”라며 백신 부작용 사례에 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혈전 관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다음달부터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인 대상 접종이 시작되는 만큼, 접종 전 혈액검사를 실시해 염증 수치 등에 이상이 있으면 백신을 맞지 못하게 하는 등 추가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접종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6일 미국 CNN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 20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접종 중단 조치를 내렸다. 유럽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본사가 있는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는 전면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루마니아·룩셈부르크·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특정 제조 번호를 가진 배치에 대해 접종을 일시 멈췄다.
독일·프랑스·스페인도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하고 발표했다. 독일은 자국 내에서 이 백신 접종 후 혈전 현상이 확인돼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들 국가는 18일 유럽의약품청(EMA) 발표에 따라 최종 사용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접종 시작 시기를 늦췄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만회분을 들여온 태국은 유럽에서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2일 백신 접종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인도도 백신 부작용에 대한 심층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혈전 가능성을 부인해오던 아스트라제네카는 14일 공식 성명을 내고 “1700만 명의 접종자를 조사한 결과 폐색전, 정맥혈전증, 혈소판 감소의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접종자가 혈전 등의 증상을 보일 확률은 자연 발생 확률보다 낮다”며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와 비교해 일반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고, 10분의 1 가량 저렴한 가격이 특징으로,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1000만회분(약 500만명분 상당)을 조달하기로 해, 16일 0시 기준 57만5289명이 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이 중 8638명이 1차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보고했고 16명이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사망 원인은 기저질환에 따른 것으로 백신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유럽과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바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혈전 등 이상증상은 장시간 누워있는 고령층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이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은 모두 50세 미만 활동적인 사람들이었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노르웨이의 백신 부작용 사망 사례를 보면 폐색전증이나 패혈증, 혈소판이 깨진 경우들인데, 젊은층에서 이 질환은 루프스 질환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매우 드물다”고 했다.
그는 “WHO 측은 혈전 위험이 자연 발생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에 백신과 혈전 사이의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젊은층이 이렇게 갑자기 혈전이 발생하진 않는다. 설령 고령층이라고 해도 급사는 하지 않는다. 패혈증 등은 폐동맥이 완전히 막혀 숨을 못 쉴 정도라 보통 그 전에 병원을 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작용 사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천 교수는 “독감 백신의 경우 수십년을 접종해 왔는데, 혈전이나 고열 등 이상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최근 부작용 의심 사례는 예외적인 백신 증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위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보면 두통이 굉장히 심하고 39~40도까지 열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 혈소판이 깨지거나 패혈증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백신 접종 후 사망자의 사인을 보면 폐색전증이나 패혈증이 있는데, 이는 기저질환이 아니라 지병이 백신 접종으로 악화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예진만 한 후 백신을 접종하기 때문에 사망과 백신 간 인관관계가 입증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할 필요까진 없어도 접종 속도를 조금 늦추거나, 당일 결과가 나오는 혈액검사를 실시한 후에 백신 접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만~20만명, 40만~50만명이 아니라 1000만명이 맞아야 할 백신”이라며 “지금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얻지 않으면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5, 16명이 아니라 하루에 100명 이상씩 나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팬데믹 상황이라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백신을 도입했다”고 지적하며 ‘시판후 부작용감시’(PMS·post marketing surveillance)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제 백신 접종 3주째를 맞은 만큼, 백신 접종 후 중화 항체 형성 비율, 아스트라제네카 측 임상 데이터와 비교해 아낙필라시스나 사망, 경련, 척수염 등 심각한 부작용이 유의미하게 높은 건지, 백신 접종 후 감염된 사람이 있는지 등을 차분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백신의 효능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데이터를 갖고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백신 접종율이 올라가고 불안감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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