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시술 후 보험료 허위 수령한 산부인과 의사 유죄 확정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3월 16일 16시 15분


낙태가 불법이던 시절 낙태 시술과 관련된 후유증 치료를 한 산부인과 의사가 일반적인 산부인과 치료를 했다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보험급여를 타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재판소의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로 재판을 받는 이들은 효력을 소급해 무죄를 선고하게 돼 있다”며 “A 씨의 업무상 승낙 낙태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낙태 수술 후 ‘자궁 내 염증성 질환’, ‘원인 불상의 무월경’ 등으로 진료기록부에 기재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 135만 원의 요양급여를 신청해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이 기망의 고의와 위법성 조각에 관해 법리 오해를 하지 않았다”며 벌금 1000만 원을 유지하라고 판단했다.

앞서 A 씨는 2014년 9월부터 약 10개월간 여성 65명에게 낙태 시술을 해준 뒤 후유증을 치료하면서 ‘무월경’ 등의 병명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청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에 대한 광주지법의 1심 판결은 2018년 2월에, 같은 법원 형사합의부가 심리한 항소심 판단은 2019년 7월에 나왔다.

그 사이 헌재는 2019년 4월 형법 269조 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난해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는 취지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지만 국회가 법 개정을 하지 않아 해당 조항은 자동으로 소멸해 죄가 안 되는 상태가 됐다.

1심 재판부는 낙태죄와 나머지 부분도 유죄로 판결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선 낙태죄 부분을 직권파기하고 사기 등 건보공단에 관한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 A 씨는 “보험급여는 낙태 시술 이후 나타난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험 급여 청구 자체에 사기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할 시점에 낙태 행위는 범죄 행위가 명백했기 때문에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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