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伊도 아스트라 접종 중단… 전문가 “혈전-백신 연관성 적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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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잇단 부작용 사례 보고에 논란 확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들이 15, 16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백신 접종 후 혈전(피떡)이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 출혈, 혈소판 감소, 뇌혈전 등 부작용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유럽의약품청(EMA)의 긴급조사 최종 결과 발표 전까지 접종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일단 세계보건기구(WHO)는 15일 “백신 접종을 멈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MA도 16일 “백신의 혈전 유발 징후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MA가 의뢰한 전문가 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는 18일 나온다.

○ 열흘 동안 최소 23개국 접종 중단

1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옌스 슈판 보건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 2회 차 접종을 모두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백신 승인 기구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뇌혈전 반응에 대한 추가 조사 필요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독일 발표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열고 “예방 차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의 접종 중단 결정 여파로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도 잇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에 동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시작을 연기한 인도네시아를 포함하면 이 백신 접종을 중단한 국가는 16일 현재 유럽 20개국을 포함해 최소 23개국에 이른다. EU 국가를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영국, 미국, 호주 등 영미권 국가들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 국가들은 혈전 발생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사이의 인과성이 부족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백신 접종 이후 현재까지 22건의 폐색전증과 15건의 혈전증이 보고됐으며, 이는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비슷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빠르면 한 달 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 방역당국 “인과성 확인 없어”

한국 정부도 지금 단계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박영준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3억 명 이상 접종했는데, 혈전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관련성이 확인된 사례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역시 이 백신의 부작용 사례와 접종 중단 국가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박 팀장은 한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중단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여러 가지 방역당국이 취해야 할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EMA는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 사이의 인과성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이때 유의미한 인과성 근거가 나오거나, 해당 백신의 사용 연기를 권고할 경우 우리 방역당국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된다. 백신 접종계획상 국내에서 3월 말부터 2분기(4∼6월)까지 백신을 맞는 인원의 70%인 약 770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등 다른 제약사와 계약한 물량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전문가 사이에선 아직 ‘접종 유지’ 의견이 많은 편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 연구 결과 백신 접종 전후 폐색전증 발생 비율에 변화가 없다”며 “이는 혈전이 기저질환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고, 백신과의 연관성이 적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EMA 조사 결과를 본 뒤 접종을 하는 게 더 과학적”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김소민 기자 / 파리=김윤종 특파원
#아스트라#접종#중단#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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