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17일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행사에 참여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금 상황에서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직접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당 서울시장 후보의 사과에 대해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들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게 아니다”라며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제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려 했고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고, 투표율 23%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고, 지금 (박영선 후보)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피해자 A씨와의 일문일답
-피해자분이 직접 나서서 말씀하게 된 계기는. ▶지금 상황에서 본래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 저는 후회가 덜한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 제가 말을 하고 어떤 결과가 생겼을 때, 말을 안 하고 어떤 결과가 생겼을 때 중 그 후회의 무게가 더 가벼운 쪽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
-피해사실을 밝힌 뒤 무수한 일이 있었다. 견디기 힘들었던 부분 무엇이었는지. ▶첫째는 신상 유출에 관한 내용이다. 수사기관에서 가명으로 조사받았고 저의 신상이 유출될 염려가 없었음에도 지지자들의 잔인한 2차 가해 속에서 하루하루 버텼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2차 가해 주도하고 있다는 면이다. 일터에서 저의 소명을 다해서 열심히 일했던 순간에 그러한 순간들이 저의 피해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이유로 사용되는 게 유감이었다.
-법원에서는 성추행 피해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바 있고 최근 인권위가 피해사실 인정했다. 의의가 크다고 보시는지, 한계 있다고 보는지. ▶저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7월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될 거라는 모두의 기대와 달리 실체적 진실을 밝혀냈다고 저는 생각한다. 인권위에서 판단 받기로 저의 일방적 주장뿐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들 참고인 진술들 비추어서 사실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공소권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될 당시의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인권위가 살아있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은 언론에서 꼭 한번 밝히고 싶었다. 제가 지금 성추행 방조 사건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제가 그분들의 행동에 대해서 고소를 했던 것이 아니다. 제 3자 고발에 의해 조사를 시작했던 사건이다. 저는 그때 당시에도 저의 상사분들이 함께 위력 하에 놓여있었다고 생각했다. 인권위 결정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분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서 판단을 받게 되겠지만 그분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인권위 판단을 대신 말씀드리고 싶다. 그분들께서 지난한 조사 과정에 계속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거에 대해서는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인권위 결정 있고 나서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사과 했는네 사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제가 앞선 발언문에서 준비했던 내용이 용서에 관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낙연 대표님과 박영선 후보님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게 아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려 했고, 그분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다. 투표율 23%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 지금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 주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해주시는 기자분들께서도 한번 상대방에게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기자들도 저에게 조언해 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제가 사과를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앞으로 비슷한 사례에 대해 신고하기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수정 교수 말대로 저는 사상 초유의 2차 가해에 직면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2차 가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제재 또한 구체적이어야 할 것이다. 제 가족들은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제 신상에 관한 게시물들을 직접 신고해서 지워나가고 있다. 그런 게시물 보는 것뿐 아니라 지워나가는데 너무나 끔찍하고 힘겨운 나날 보내고 있다. 이러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권위 조사 결과가 대부분 밝혀졌다고 생각하는지 미흡하다고 생각하는지. ▶인권위 조사 결과에서는 제가 주장했던 사실과 참고인들의 진술에 비추어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상대방 부재 입장에서 인정받을 것은 최대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성폭력 사건에서는 중요 포인트인데 저의 이야기가 신빙성을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피해 사실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진정성 있는 사과의 조건은 ▶정말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제 신분상 그리고 지금 선거기간에 저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 들어서 조심스럽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이번 선거에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과의 방법으로는 민주당에서는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서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게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 징계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저는 지난 1월 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다. 그분께서는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아무런 조치 없어서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한다.
-이번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이 발간된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아직 그 책을 접하지는 못했으나 그 책에 대한 몇몇 이야기를 지인들로부터 들었다. 그런데 지인들을 통해서 들은 바에 따르면 인권위에서 제가 인정받은 사실들에 대해서 오히려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저는 국가기관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정받은 피해 사실과 개인이 저서에 쓴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별력 있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시선으로 책을 평가할 거라 생각한다.
-사과 요청 외에 추가 계획 있는지. ▶제가 말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분들이 조치하고 행동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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