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가운데, 현직 검사가 박 장관의 최근 행보를 두고 “‘정치인’으로 봐야할지, ‘국가공무원’으로 봐야할지 고민에 빠져있다”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헌섭 남부지검 검사(36·연수원 40기)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장관님 전 상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신 검사는 “최근 장관님께서는 2월24일 여당 발의 예정인 중수청, 공소청 신설 및 검찰청 폐지 관련 법률과 관련해 ‘나는 법무부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다’라고 말하며 찬성입장을 밝혔다”며 “지난 11일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LH 사태발생은 검찰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바로 전날(17일)은 헌정 사상 4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공정성 확보’를 언급했다”며 “검사는 법상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자 ‘정치적 중립’을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하는데, 자꾸 전임 장관부터 지금 장관님까지 ‘같은 당 동지’ 나는 여당 국회의원‘ 표현으로 본인의 정치적 지위와 스탠스를 강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관은 ’3기 신도시 관련, 2~3년 전에 수사권 있을 때는 뭐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당시에는 공익제보도, 언론보도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과연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가졌다고 한들 어떤 걸 할 수 있었을까‘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일한 경우의 수라고는 ’검찰이 그때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할 범행이 있을 것이라고 미리 상정해 LH 직원들을 잠재적 피의자로 간주해 개인의 가족, 재산, 금융정보를 조회함과 동시에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수사’가 아닌 ‘불법사찰’”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저희 검찰은 현 정부 정책기조와 같이 ‘사찰의 DNA’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동시에 수원지검과 공수처를 왔다 갔다 한 그 사건이 계속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 “장관이 수사지휘 문구에 10차례 정도 이름을 언급한 임모 검사가 저 집단지성을 압도할 만큼 공정한 행보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SNS로 공무상 비밀인 사건처리 의사결정 과정을 마음대로 공개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차처하더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검찰 고위간부, 중요사건 처리는 일단 ‘아님 말고’식 까 내리기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관은 지난 2015년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대법원이 권력에 굴종한 판결’이라는 언급을 수차례 했다”며 “5년 뒤 사법부의 최종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혼란스러움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으로 수사지휘를 한 것인지 국가공무원 입장에서 지휘를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또 장관은 어제 수사지휘의 근거로 공정(公正)을 말했지만, 검찰구성원과 다수의 국민의 눈에는 공정(空正)으로 잘못 비춰질 수 있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수사와 기소로 대표되는 검찰권이라는 하나의 국가권력이 공수처라는 기관에서는 융합이 일어나야 하지만, 검찰에 이르러는 분리되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렇게 대답을 구하며 글을 쓰지만 장관님께서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3년간의 수차례 직간접 경험을 통해 알고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