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신분일 때 대법원판결 비판"
"공교롭게도 관련 수사지휘 발동"
"정치인 입장서 지휘한 건지 의문"
"말석 검사는 10년 지나도록 고생"
"모든 검사에게 있을 수 있는 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서 무혐의 처분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일부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헌섭(36·사법연수원 40기)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비판했다.
신 검사는 “장관은 ‘공정성 확보’를 언급하면서 수사지휘 문구에 ‘임00’ 검사 이름을 열 차례 정도 언급했다”면서 “대검 주무 연구관들, 감찰과장들의 집단지성보다 ‘임00’ 검사의 의견이 더 공정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과연 임 검사가 집단지성을 압도할 만큼 공정한 행보를 해왔는지 의문”이라며 “SNS로 공무상 비밀인 사건처리 의사결정 과정을 마음대로 공개해 문제가 되고 있고, 이루 셀 수 없을 만큼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2015년 당시 야당 국회의원 신분이던 장관님은 한 전 총리 사건 대법원판결 선고 직후, 각종 인터뷰를 통해 ‘권력에 굴종한 판결’이라는 등 언급을 수차례 했다”며 “더 나아가 한 전 총리가 수감 전 기자회견을 할 당시 바로 뒤편에 서 있으면서 지지 의사를 보였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 검사는 “공교롭게도 6년 뒤 사법부 최종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혼란스럽다”며 “정치인의 입장에서 지휘를 한 건지, 국가공무원의 입장에서 지휘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 검사는 “사기꾼 거짓말 한마디에 검찰 전체가 흔들리는 하수상한 시절이지만, 정말 대부분의 검사가 정치적 중립과 공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 걸 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박 장관에게도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검찰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그 모습을 찾기 위한 진정한 방법, 노력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과거 ‘한명숙 전 총리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한 검사도 당시 재소자 조사를 맡겼던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양석조(48·사법연수원 29기) 대전고검 검사는 “부장이 ‘누가 재소자 조사할래’라고 했는데, 남은 건 2명의 검사였다”며 “말석인 후배 검사를 위해서라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했는데, (옛날에 있었던) 재소자 조사의 추억으로 그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석 검사가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며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양 검사는 “당시 최고 실력의 형사 변호인들의 몇 시간에 걸친 반대신문이 예정된 상황이었고, 유수의 언론사가 지켜보고 재판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던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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