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논의하는 대검찰청 부장 회의에 일선 고등검사장도 참여시키겠다는 대검의 발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자신의 수사 지휘에 우회적으로 맞선 대검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며 “제 수사지휘 내용은 부장회의지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지침’을 보면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적인 것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의 의견을 경청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이 대검 입장을 수용한 것은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같은 검찰과의 강대강 대결 구도를 피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휘권 발동으로 여권의 한 전 총리 구명 여론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지침에 근거한 대검의 고검장 추가 투입 카드를 수용해 양측 입장을 절충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국면에서 여러 절차적 요소가 무시된 채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징계 무산과 검찰 내부 결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던 점을 박 장관이 감안한 것 같다”고 했다. 박 장관이 “나는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라며 추 전 장관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장관은 집무실에서 한 전 총리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신중한 검토 끝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나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하는 박 장관이 법무부 수장과 민주당원이라는 두 입장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대검 부장회의에서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여권의 반발이 다시 불거질 수 있고 박 장관은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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