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지명훈]세종시 부시장의 투기 관련 회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9일 03시 00분


지명훈 대전충청취재본부장
지명훈 대전충청취재본부장
“산단(국가산업단지) 내 공무원 투기 조사는 끝난 셈이다” “공무원이 하면 투기이고 일반 국민이 하면 투자라는 말이 있다….”

18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연서면 국가산업단지 공무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나선 류임철 세종시 부시장이 한 말들이다. 세종시 투기 광풍에 대한 국민 여론이 따가운 가운데 ‘맹탕 조사’ 의혹에 ‘단속 의지’까지 의심 받은 회견이었다.

산단 내 공무원 투기를 추가 적발하지 못했다는 발표에 기자들은 산단 주변 지역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주변 지역 땅값이 더 많이 오른 데다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A 씨도 최근 주변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 부시장은 “어디가 주변 지역이 될지 알고 매수하는 게 쉬운 일이냐”며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단은 지정 검토에서 확정까지 1년 2개월이 걸려 내부 정보를 만지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산단 윤곽 파악에 어려움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

류 부시장은 이어 “이번 조사로 산단 내 공무원 투기 조사는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투기 상황에)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면 산단 외 지역과 공무원 가족까지 조사를 확대하려 했으나 현재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빈수레 조사에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을 판에 조사 마무리를 시사한 것이다.

그는 세종시 정식 공무원은 투기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자진 신고한 공무원은 공무직이라서 공무원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논란이 예상되는 발언도 했다.

산단 관련 부서 퇴직 공무원과 산하 기관장도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제안에는 “그럴 권한이 없다” “제보가 접수되면 (경찰에) 전달하겠다” 등으로 선을 그었다.

류 시장의 문제의식 없는 답변에 회견장은 점차 답답해지는 분위기였다. 급기야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별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류 부시장은 “밖에서 같은 부동산도 ‘일반 국민이 사면 투자이고 공무원이 사면 투기’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공무원에게만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읽힐 수 있었다. 류 부시장의 이날 발언들이 세종시의 공무원 부동산 투기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앞으로 어떤 국민이 추가 조사 결과를 믿을지 궁금하다.

지명훈 대전충청취재본부장 mhjee@donga.com
#세종시#부시장#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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