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올해 대학들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웠던 가운데 은퇴 뒤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해 전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있다.
1960년대에 서울대 철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권무일 씨(79)는 올해 제주한라대 관광일본어과에 입학했다. 권 씨는 30여 년간 사회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2004년 제주에 정착했다.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주 역사와 관련된 글을 쓰던 그는 최근에는 고대 탐라사 집필에 매달렸다.
하지만 사료가 부족해 늘 한계를 느꼈다. 제주와 근접한 일본에는 사료나 관련 논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권 씨는 ‘대학에서 일본어 기초부터 공부하자’고 마음먹었다. 권 씨는 “일본서적을 읽을 만큼 실력이 향상될지도 의문이고 원하는 자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도 “100세 인생인데 젊은이들과 청춘을 만끽하며 얻는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최윤 씨(74·여)는 포항대 치위생과에 입학했다. 그는 구강질환 예방 봉사활동을 꿈꾸고 있다. 최 씨는 “고령화 시대에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나와 같은 세대에 눈높이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실무교육을 받기 위해 전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도 있다. 배세환 씨(36)는 서울대 체육교육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올해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 신입생이 됐다. 운동처방사로 일하며 배 씨는 선수 개개인의 부상 이력과 통증이 모두 달라 처방을 내리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배 씨는 “졸업 후 스포츠재활센터를 개원해서 선수들의 재활을 돕고 기량도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19일 “최근 제2의 인생을 도전하기 위해 전문대에 다시 ‘유턴’ 입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전문대는 평생교육과 산업체 맞춤형 실무교육을 더욱 훌륭하게 수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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