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열린 대검찰청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수사지휘의 궁극적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수사팀 검사들의 위증 교사 의혹도 수사할 수 없게 됐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조만간 회의 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론을 내린 뒤 법무부에 보고할 예정인 가운데, 박 장관이 ‘불기소’ 의견을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 수사지휘가 ‘헛심’으로 끝난 셈인데, 수사 과정의 위법성을 겨냥한 ‘합동감찰’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행은 아직 박 장관에 공식적인 보고를 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총장 대행이 결심을 해야할 문제이고, 아직 공식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조 대행이 앞서 대검 감찰부가 합리적인 의사절차를 거쳐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어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의 ‘불기소’ 결론을 그대로 박 장관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박 장관이 ‘불기소’ 결론을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지난 17일 수사지휘를 내릴 때만 해도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날 퇴근길에선 ‘회의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박 장관은 “제가 중시한 건 과정”이라며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의 의견이 ‘얼마나 무게있게 받아들여졌는지’ 살펴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때문에 조 대행이 최종 보고를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수용하기보다 한 부장과 임 부장검사에게 얼마나 충분히 의견 개진 기회를 줬는지, 불기소 결정을 내린 이유 등을 모두 고려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이 일선 고검장들을 회의에 참석시킨 조 대행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특히 수사지휘권 발동과 함께 지시한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의 합동감찰을 ‘반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합동 감찰 지시는 한 전 총리 수사 당시 비위사실을 밝혀내라는 취지로 이뤄졌다. 이미 징계 시효 3년이 지나 비위를 발견해도 징계를 할 순 없지만 수사관행 개선에 의미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헀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심각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장관이 주의나 경고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기소’ 의견이 단 2표에 그치는 등 수사지휘 권한을 무리하게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강경 행보는 검찰 내 반발을 키울 수 있다. ‘소통’을 강조해온 박 장관으로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고조된 법무부-검찰 갈등이 재발 가능성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행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검찰도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라며 “10년이 지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게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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