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불기소 의견이 결정된 가운데,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20일 “대검 연구관 회의에서처럼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것에 감사하며 씩씩하게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이 부족해 어렵게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어준 몇몇 재소자 분들에게 너무 미안해 마음이 무겁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도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모래바람 거센 광야에 선 듯한 회의장에서 굳세게 버틸 수 있었다”고도 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산하 시인의 ‘그는 목발을 짚고 별로 간다’라는 시에서 ‘그는 오늘도 평소처럼 목발을 짚고 별들을 향해 걸어간다. 아파도 가야 하고 아프지 않아도 가야 하는 길 쇠똥구리가 지나간 길들은 매순간이 백척간두였다’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머리글에 소개한 시의 마지막 구절은 ‘쇠똥구리가 먼 하늘의 은하수를 보며 목발을 타고 오른다’이다. 먼 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계속 가보겠다”고 말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공개 규정에도 불구하고 회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문제 삼았다.
한 부장은 “어제 회의를 마치고, 참석자들 모두 회의 결과를 외부에 누출하지 않기로 보안각서를 쓰자는 말까지 들은지라, 감찰팀에게도 결과를 말하지 못하고 그저 수고했다고만 하고 퇴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의 종료 10분 만에 비공개 회의라는 규정이 무색하게 회의 내용과 결과가 소상히 특정 언론에 단독 형식으로 보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 부장은 “감찰부장으로서, 고검장 등 고위검찰공무원 회의에서 법과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상황을 목도하고 보니, 성실하게 윤리규정을 지키고 있는 일선 검찰공무원과 국민들께 검찰 직무의 바탕이 공정과 정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지 참으로 민망하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B검사의 출석 사실까지 보도되었는데, (사실이라면) 공무원의 경우 방어권을 어디까지 보장받아야하는지, 권한과 책임은 함께 가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권리 이상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한 부장은 “철옹성 앞에 선 듯한 답답함으로 잠이 들었다가 이른 아침 산에 오르는데 봄비가 내린다. 변하지 않고 영원할 것 같지만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면서 “어떠한 폭력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진심은 차별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가슴에 새긴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할 일을 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산을 내려온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 한은상씨의 법률대리인인 신장식 변호사도 “술을 좀 마셨지만 쉬이 잠들지 못했다”며 “임은정 검사와 한씨의 대면조사 조서를 살펴보면, 특수부 엄 검사가 거짓 증언을 할만한 다수의 수감자들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맞춤형 전략에 따라 이들을 회유, 협박한 사실이 분명해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대검 부장들과 고검장들이 무혐의 판단을 한 것은 그만큼 이 사건에 많은 것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진 표적수사, 죄수들을 회유, 겁박하여 자신들의 공소장에 맞춤한 거짓 증언을 짜내는 반인권적 특수수사 방식, 그리고 퇴직 후의 부귀영화까지”라고 했다.
그는 “이들은 절대 반성하지 않는다. 반성하지 않는 권력은 잔인하게 폭주한다. 후안무치는 기본값이다. 염치를 모르는 권력은 오만해진다. 검찰개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며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한다. 이제 공소시효 도과는 이틀 남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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