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플래너들이 웨딩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으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계약서 내용에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업체가 실질적으로 플래너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구모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웨딩플래너인 피해근로자들의 주요 업무는 구씨가 운영하는 웨딩업체 A사가 배정하거나 근로자 개인적으로 유치한 고객들과 상담을 진행해 고객에게 결혼식 관련 업체와 비용을 제시한 다음 결혼식장 예약, 혼수품 구입 등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A사가 웨딩플래너를 교육하고 고객관리를 지시했으며, 제휴업체 중에서 업체를 선정하도록 직접적으로 지시하며 업무를 지휘·감독했다”고 밝혔다.
이어 “A사가 웨딩플래너들의 출퇴근 시간을 지정해 준수하게 하고 근무시간과 장소를 관리한 점, 업무처리 비품을 제공한 점, 업무성과와 무관하게 고정적인 금액을 지급하고 직급을 부여한 뒤 승진심사를 통해 고정급을 높여주기도 한 점을 종합해 보면 피해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웨딩업체 대표인 구씨는 2012년 7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퇴직한 근로자 정모씨 등 7명에 대한 연차수당 등 임금 789만원과 퇴직금 5641만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구씨는 또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시간급에 총 965만원 미달하는 임금을 각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구씨는 재판과정에서 정모씨 등은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정씨 등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계약서에 서명날인하기는 했지만, 이는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작성토록 한 것이라고 보이고, 이를 정씨 등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에 고려할 수는 없다”며 “구씨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법정에 이르러서까지 피해자들의 탓을 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정씨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아무런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과 그 밖에 여러 양형조건을 검토해 보면 1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면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