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빌라 빈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로 드러난 A 씨(48)의 남편과 큰딸은 연일 방송에 출연해 A 씨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A 씨 역시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DNA(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가 A 씨의 친딸임을 알아냈지만, A 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 등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있다.
MBC 시사 프로그램 ‘실화탐사대’는 20일 방송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A 씨 남편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A 씨 남편은 “아내가 임신했다면 배가 나오는데 내가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같이 바로 옆에 누워서 자는데 내가 임신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애를 낳으면 며칠 집을 비워야 하는데 아내가 집을 비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DNA 결과에 대해선 “99.9999% 확률로 맞다고 들었다. 0.01%라도 아니면 0.00001%라도 오류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A 씨 큰 딸, 지인들 역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A 씨 남편은 19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와 인터뷰에서도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오죽하면 아내가 방송에 나가 억울한 누명을 벗겨 달라 그러겠나”라고 한탄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기 한 달 반 전 찍은 사진”이라며 2018년 2월 15일에 찍은 A 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숨진 3세 여아는 2018년 3월 30일 태어났다. 그러나 사진 속 A 씨는 만삭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A 씨 큰 딸도 어머니의 임신·출산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 바꿔치기가 가능하려면 (출생일이) 같은 날 이뤄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생김새도 비슷해야 하는데, 이게 확률이 어느 정도일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DNA 결과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친부를 찾는 게 사건 해결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원장은 “반복된 시험에도 결과가 똑같다면 인간이 거짓말하는 것”이라며 “A 씨가 낳은 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범죄행정학과 교수도 “(둘째)딸이 몸조리하기 위해 본인 집에 왔을 때 (아이를)바꿔치기했을 거라는 게 가장 신빙성 있다”며 “신생아로 있는 시기 그리고 딸이 본인 집에 몸조리하기 위해 있던 시기가 유력하다. 아이의 생부가 누구냐를 밝혀내는 게 핵심적인 해결 방법이다. 친부 DNA와 대조하면 A 씨가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세 살배기 여자아이가 숨진 채 미라 상태로 발견된 사건이다. 최초 발견자는 A 씨다.
경찰은 A 씨의 둘째 딸 B 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DNA 검사 결과 숨진 여아의 친모가 A 씨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수사당국은 A 씨가 부적절한 관계로 임신을 한 뒤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출산했고, 이후 딸이 비슷한 시기에 출산하자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미성년자약취 및 시체유기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A 씨의 남편, A 씨의 주변 남성들, 심지어 택배기사들까지 DNA 검사 대상을 100여 명으로 확대하는 등 숨진 아기의 생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B 씨의 사라진 딸의 행방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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