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구할 수 있나요? 딱 30분 걸렸다…‘암호화폐 이용’ 단속 따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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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1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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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거래 가능할까요?”

기자가 인터넷 검색으로 마약 구매처를 확인하고 소개된 아이디로 연락하니 마약 판매상과 쉽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아이디 검색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판매상은 암호화폐와 비대면 거래를 활용해 법망을 피했다. 구매자가 판매상에게 암호화폐를 송금하면 판매상은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에 마약을 놓고 구매자가 마약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마약 판매상은 자신이 경찰이 아니라는 걸 실시간으로 인증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1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SNS에 익숙한 젊은 층의 마약 구매가 편리해진 만큼 이들의 마약 오남용을 막기 위해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검찰, 국정원, 경찰 등 마약관련 수사력과 기관간 공조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인터넷과 암호화폐를 이용한 마약사범이 크게 늘고 있다. 경찰이 검거한 인터넷 마약류 사범은 2016년에 1120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2608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고 다크웹·암호화폐 마약류 사범은 2019년에 82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748명으로 급증했다.

이렇다 보니 정보통신기술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약류 범죄가 늘고 있다. 2020년 경찰이 검거한 1만2209명의 마약사범을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20대가 3211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803명으로 뒤를 이었다.

과거 마약 판매상이었다는 A씨(20대)는 “한국에서 마약을 구하기 쉽다”며 “이제 마약을 공급해주는 사람 번호도 지웠지만, 솔직히 인터넷으로 10분만 찾아보면 마약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에 중독돼 치료를 받는 B씨(30대) 역시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마약을 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20·30세대들이 쉽게 마약에 노출되고 있지만, 예방 교육을 적절하게 받은 사람들은 많지 않아 마약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인생에 걸쳐 내실 있게 진행되는 마약 예방 교육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다 보니 마약 예방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2018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응답자 중 불과 30.5%만 환각성 물질 위험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녔다는 김규리씨(29)는 “미국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어떤 마약이 있고 왜 하면 안 되는 지를 알려주는 예방 교육이 있었지만 한국은 마약에 대한 얘기 자체를 꺼리다 보니 그런 교육도 없는 것 같다”며 “재활과 회복보다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인터넷·SNS를 이용해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에 경찰도 이에 발맞춰 수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현재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경찰이 위장수사같은 수사 기법을 어느 정도 자제하는 편이지만, 이제는 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마약 범죄자들이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경찰도 관련 인력을 보강하고 다양한 수사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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