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 이름에는 ‘봉’이 많이 들어간다. ‘봉우리 봉(峯)’자를 쓰고 있는데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보통 봉우리는 육지처럼 산맥이 이어지거나 능선이 있는 산의 우뚝 솟아난 곳을 지칭하는데, 제주의 오름은 독립된 산 또는 악(岳)이기에 봉을 붙이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봉 글자가 붙여진 오름은 과거에 대부분 봉수(烽燧)가 있었던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 고지도의 한자 표기를 통해서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1703년 탐라순력도(보물 제652-6호)에는 ‘고내망’ ‘수산망’ ‘남산망’ 등 봉수가 있는 오름 명칭에 멀리 내다본다는 뜻의 망(望)이 표기됐다. 봉수가 있었던 일부 오름 별칭이 ‘망오름’으로 불리는 근거다. 망 호칭은 18세기 여지도, 호남전도에도 보인다.
18세기 중반 제주삼현도에서는 ‘고내봉’ ‘수산봉’ ‘남산봉’ 등이 횃불을 뜻하는 봉(烽)을 썼다. 1872년 제주삼읍전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고지도에서 이 같은 봉(烽)으로 기재했다. 그러다가 1899년 제주군읍지에 봉(峯)이 등장하고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5만분의 1 지도에는 토산봉 삼매봉 자배봉 남산봉 등 봉수가 있었던 오름의 명칭에 모두 봉(峯) 명칭이 붙여졌다.
일제강점기 표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봉수가 있었던 오름의 원래 표현인 ‘횃불 봉(烽)’으로 바꿔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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