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신입생 학급 수를 1년 만에 3개 줄였습니다. 이제껏 정원 미달이 나본 적 없는 학교인데….”
서울 A공업고 교감은 올해 신입생 부족 현상에 대해 말을 잇지 못했다. 전형 계획상 11개 학급을 모집해야 했지만 2월 추가 모집이 끝난 뒤에도 신입생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8개 학급으로 1학년을 시작했다. 서울의 B상업고 역시 올해 첫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24명 정도인 한 학급 정원을 20명으로 줄여도 8개 학급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학교는 결국 1학년 학급을 7개로 줄였다.
올해 서울 지역 특성화고 10곳 중 7곳이 계획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이 특성화고에 집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 특성화고 70곳 중 49곳(70%)이 신입생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입학생 수로 따지면 총 모집 인원 1만2816명 중 1만751명(83.9%)만 실제로 입학했다. 2015년에는 서울 특성화고 가운데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70곳 중 2곳에 불과했다. 6년 만에 20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번 신입생 미충원의 가장 큰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1년 11만6675명이던 서울 중학교 졸업생 수는 올해 6만7623명으로 1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졸업생 수가 7500명가량 줄었다. 2019, 2020년 모집 정원을 줄이면서 충원율을 높였지만, 올해는 학생 감소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학교를 찾아 학과 특성과 진로 등을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근본적인 미달 원인은 특성화고의 ‘경쟁력 하락’이 꼽힌다. 교육부가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등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조사한 지난해 고졸 취업률은 50.7%에 그쳤다. 2017년 특성화고가 내놓은 취업 결과를 종합한 취업률이 74.9%였던 것과 비교하면 취업률 자체가 떨어졌다. 반면 특성화고의 대학 진학률은 2017년 32.8%에서 지난해 42.5%까지 늘었다.
현장에선 고졸 학생이 갈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데 주목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공업고 교감은 “4차 산업혁명으로 특성화고 학생이 갈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며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공기업 취업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조기 취업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은 고3 학생의 취업 가능시기가 10월 이후로 제한돼 있지만, 2022년 특성화고 고교 학점제 도입을 계기로 3학년 2학기에 현장실습 등을 할 수 있는 ‘전환학기’를 운영한다. 졸업 기준학점(192학점)을 채운 경우엔 미리 취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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