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용인시 공무원, 길도없는 임야 매입… 개발정보 없다면 못살 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03시 00분


[신도시 투기 의혹]특구 발표 11일전 매입 땅 살펴보니

부동산중개업소 뒤로 보이는 투기 의심 토지 2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성 예정지. 
경찰 수사 대상인 용인시 7급 공무원은 전 원삼면장 아들과 뒤쪽으로 보이는 야산의 임야 일부를 2019년 2월 11일 매입했다. 
용인=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부동산중개업소 뒤로 보이는 투기 의심 토지 2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성 예정지. 경찰 수사 대상인 용인시 7급 공무원은 전 원삼면장 아들과 뒤쪽으로 보이는 야산의 임야 일부를 2019년 2월 11일 매입했다. 용인=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사가 가파르고 이어지는 길도 없어요. 2년쯤 전에는 산사태까지 나서 활용 가치가 없는 땅이거든요. 용인반도체클러스터가 조성돼 땅값이 오른 거죠.”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한 야산에 있는 임야 1만2907m²는 일반적인 ‘토지’라고 부르기엔 애매했다. 나무와 낭떠러지에 막혀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간단한 건물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농사를 짓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경찰 내사 대상인 용인시 7급 공무원 A 씨는 전 원삼면장(5급)의 아들과 2019년 2월 11일 이 땅을 매입했다. 정부가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를 발표하기 11일 전으로 해당 지역과 4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땅의 첫 소유자는 1971년 소유권을 등록한 뒤 50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가 A 씨 등에게 팔았다. 이 매매가 첫 거래였다고 한다. 당시 팔린 가격은 3억5000만 원으로 3.3m²당 9만 원가량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 땅의 시세는 2배 이상 올랐다. 이 지역 토박이인 한 주민은 “반도체클러스터와 같은 확실한 개발 정보를 가지지 않았다면 누가 여기에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땅을 매입한 A 씨와 전직 면장의 아들은 30대 동갑내기로 이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A 씨는 땅을 매입하기 1년 전쯤 원삼면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전직 면장은 2018년 12월 정년퇴직했다.

전직 면장은 “아들이 땅을 산 시점이 반도체클러스터 발표 같은 것이 나온 뒤”라며 “2018년부터 SK하이닉스 관련 정보와 소문은 다 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관계 장관회의를 거쳐 용인시 원삼면을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지역으로 발표한 것은 2019년 2월 22일로 이들이 땅을 산 다음이다. 이전까지는 원삼면을 특정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용인시는 소속 공무원의 반도체클러스터 일대 토지 보유 현황을 조사한 뒤 18일 A 씨를 투기 의심 직원으로 분류했다. 매입 시점과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해명을 듣기 위해 19일 A 씨 근무지로 연락했으나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 연결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용인시가 발표 다음 날인 19일 A 씨를 포함해 직원 3명을 수사 의뢰하자 용인동부경찰서는 즉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내사 중인 또 다른 용인시 7급 공무원 B 씨는 2017년 원삼면 죽능리에 있는 578.51m²의 땅을 1050만 원에 매입했다. 이는 8명이 공동 소유한 4만7108m² 크기 임야의 일부로 ‘지분 쪼개기’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와 약 1.5km 떨어진 이 땅은 올해 2월 2개 필지로 나뉘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측은 “산이 높고 도로가 붙어 있지 않아 가치가 없는 땅”이라며 “공동 소유자 중 반도체클러스터 관련 정보를 가진 사람이 관여한 투자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사 의뢰된 용인시 6급 공무원 C 씨는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와 맞닿은 660m² 크기의 땅을 2018년 5월에 매입했다. 해당 공무원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토지 용도를 변경해 전원주택을 지어 직접 거주하려고 산 땅”이라며 “오히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고 하는 바람에 집을 짓지 못하고 있는 만큼 경찰 수사를 통해 의혹을 풀겠다”고 말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 / 용인=김승희·김호영 기자
#용인시#공무원#매입#개발정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