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지 않는 접종불안… 섬 노인들 “화이자 맞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03시 00분


[코로나 백신]섬에 화이자백신 초저온 운송 불가
전남, ‘AZ로 변경안’에 일부 우려
당국 “상황 고려… 선택권은 못 줘”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는 75세 이상 노인이 300명가량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4월 1일부터 미국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 하지만 접종을 받기 위해 여수 시내에 갈 경우 여객선을 2시간 반 정도 탑승해야 한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도 노인 50여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이 백신을 맞으려면 목포 시내로 가야 한다. 여객선을 3시간 반 타고 간다. 접종을 위해 목포에서 하루를 숙박할 수밖에 없다. 전남 지역의 75세 이상 고령자 22만 명 가운데 이렇게 섬에 사는 노인은 약 1만 명이다.

75세 이상 고령자 약 364만 명에 대한 접종이 다음 달 1일 시작된다. 방역당국은 이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그러나 화이자는 영하 75도 상태로 보관, 운송해야 한다. 여객선을 이용해 섬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전남도는 화이자 백신 대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섬 지역의 일부 노인은 화이자 접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삼산면 관계자는 “23일부터 거문도 고령 노인들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에 동의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조사가 끝나야 구체적 입장이 확인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런 섬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노인들에게 ‘백신 선택권’을 제공할 것을 질병관리청에 건의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섬 지역 고령 노인들에게 예방백신 선택권을 부여할지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개인에게 선택권이 없다. 하지만 방역당국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력,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서 섬 지역에 적절한 백신 접종계획을 지금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인에게 (백신)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안=이형주 peneye09@donga.com / 김소민 기자
#접종불안#섬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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