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합동감찰, 용두사미로 안끝날것”… 또 검찰과 마찰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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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사건 재심의 이후]수사지휘권 기소의견 안나오자
“절차적 공정성 안지켜” 거센 비판… ‘대검 결정 수용’도 명시적 안밝혀
“檢직접수사 성공-실패 개념 정립”… 조국 수사한 윤석열 겨냥 가능성
대검 “법리-증거따라 판단” 입장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검사의 위증 교사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의 무혐의 결론을 수용하면서도 검찰 수사 관행 개선을 위한 합동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과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검사의 위증 교사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의 무혐의 결론을 수용하면서도 검찰 수사 관행 개선을 위한 합동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과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용 여부를 밝히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수사를 맡았던 전·현직 검사들의 위증 지시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의 불기소 처분 유지 결정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공소시효 만료일인 22일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결국 대검의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A4용지 4장 분량의 박 장관 입장문과 약 1시간에 걸친 브리핑에서 “수용한다”는 직접적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 처리 과정부터 시작해 5일 대검의 1차 무혐의 처리 결정, 19일 대검 부장회의 무혐의 결론의 특정 언론 유출 과정까지 강도 높은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박 장관은 “합동 감찰이 흐지부지하게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검찰 개혁을 위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했다.

○ 박범계 “절차적 공정성 지키지 않아” 검찰 비판

박 장관은 입장문에서 “이번에 개최된 검찰 고위직 회의(대검 부장회의)에서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수사팀에서 재소자 수사를 담당했던 A 검사의 사전에 대검에서 조율되지 않았던 대검 부장회의 참석을 문제 삼았다. 법무부는 A 검사의 참석이 대검 부장회의 전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조종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협의한 사안이 아니었고, 대검 부장회의 참석자가 요구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소자의 기소 여부를 심의하라는 것이지 검사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수사지휘권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검찰 안팎의 시선은 다르다. 재소자에 대한 모해(謀害) 위증 혐의 기소가 이뤄지면 이를 수사한 검사도 모해 위증 교사 혐의로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본인의 변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하여 중요 참고인인 재소자 한모 씨 진술의 신빙성을 정확히 판단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또 “법무부에서 요청할 경우 절차적 정의 준수 여부와 관련하여 녹취록 전체 또는 일부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A 검사의 참여엔 한 감찰부장이나 다른 위원들 역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이어 6600쪽에 이르는 사건 기록이 단시간에 면밀하게 검토되지 못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입장문에 “회의 당일 제한된 시간 내에 방대한 사건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보고서와 문답에 의존해서 내린 결론이라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나 수사지휘권 자체를 지나치게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발동했다는 반론이 검찰에서 나온다. 박 장관은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22일을 닷새 앞둔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대검은 이틀 뒤인 19일 대검 부장회의를 열었다. 법무부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검사장들은) 나름 자기 영역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해온 분이고, 검사장 될 분이면 검증이 됐다”며 검사장들의 능력과 공정성을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대검 부장회의에선 고검장 6명의 참여로 총 14명 참석에 10명 불기소 의견(기소 2명, 기권 2명)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가 나왔다. 검찰 안팎에선 공소시효 만료일에 박 장관이 기소를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재발동할 경우 직권남용 혐의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수용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합동 감찰,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불거질 듯

법무부가 공소시효가 끝난 한 전 총리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 직접수사 관행 전반에 대해 대검과 합동 감찰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은 향후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사례를 분석해 ‘성공한 직접수사’와 ‘실패한 직접수사’의 개념을 정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향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에 불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 등을 실패한 직접수사로 분류해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비공개 회의였던 대검 부장회의 결과가 종료 직후 특정 언론에 공개된 것을 절차상의 문제로 삼으면서 합동 감찰의 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사건의 기소를 주장해 온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합동 감찰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 “포함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해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검은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오로지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며 “검찰 직접수사에 있어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지적은 깊이 공감하며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합동 감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고도예 기자
#박범계#합동감찰#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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