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16회→감형’ 구급차 길막 택시…끝내 유족 외면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23일 14시 07분


유족 "당사자 연락 없어…뭘 반성했나" 분통
재판부엔 5일에 한번씩 반성문 릴레이 제출
경찰, 살인죄 여부 검토…"빠르게 결론낼 것"

지난해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사건 가해자인 최모씨의 형량이 최근 확정된 가운데, 그가 재판부에 그간 총 16번의 반성문을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법정에서 이런 부분이 참작돼 2개월 감형을 받았는데, 정작 피해자 가족에겐 직접 사과를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사건 피해자 아들 김민호(47)씨는 2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가해자로부터 연락이 한 번도 없었다”며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뭐를 반성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족 측 변호인도 “반성이나 사과를 전달할 창구는 존재하고 그 자체가 어려운 사안이 아닌데 그럼에도 사과의 말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춘호)는 최씨의 공갈미수·특수폭행·업무방해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10개월을 선고했다. 1심 징역 2년에서 2개월을 감경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법원에서 여러 차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 보험사와 합의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원심 징역 2년을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최씨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16번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5일에 한 번꼴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낸 것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씨는 “오랜 기간 수사, 재판을 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큰 잘못 저질렀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차례 “죄송하다”고 반복하며 울먹였다.

그러나 박씨 유가족들은 씁쓸함을 토로하고 있다.

김씨는 “사고 당일 날씨가 정말 더웠다”며 “어머니가 호흡곤란 증세로 구급차로 긴급 이송되던 중에 그가 가로막은 시간은 10여 분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길에서 그런 실랑이를 하고, 심지어 어머니 얼굴에 대고 ‘아픈 환자 맞느냐’며 소리까지 질렀다”며 고의 사고와 어머니 사망 간 인과관계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최씨의 공소 내용에는 살인 혐의는 담기지 않았다. 구급차 환자 이송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를 포함해 최씨가 2015년부터 5년간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피해를 가장한 사고들을 모아 사기·보험사기방지특별법·업무방해·공갈미수·특수폭행(고의 사고) 등의 혐의만 담겼다. 이번 1·2심 판결은 박씨 사망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최씨는 박씨 사건 외에도 전세버스, 회사택시, 사설 구급차 등에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교통사고 충격이 가벼운 수준임에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4회에 걸쳐 4개의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합의금 및 치료금 명목으로 합계 1719만420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유가족은 지난해 7월 살인미수 등 혐의로 최씨를 서울 강동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박씨 죽음과 최씨의 고의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면밀히 살피면서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에 요청한 사인감정서를 받았고 분석 중”이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살인죄 적용 여부 등을 빠르게 결론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살인, 살인미수, 과실치사·치상, 특수폭행 치사·치상, 일반교통방해 치사·치상, 응급의료법 위반 등 9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앞서 사기·보험사기방지특별법·업무방해·공갈미수·특수폭행 등의 혐의에서 1년 10개월의 형을 선고 받았다.

최씨는 지난해 6월8일 오후 3시12분께 서울 강동구 한 도로에서 1차로로 끼어드는 사설 구급차의 왼쪽 뒤편을 고의로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환자 박모(사망당시 79)씨가 타고 있던 구급차를 막았고, 이로인해 이동이 10분 이상 지연됐다. 박씨는 결국 병원에서 5시간 만에 사망했다. 유가족은 박씨 사망과 이송 지연과의 관련성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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