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앱으로 마음 방역 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03시 00분


[기업 & 기업인]
휴마트컴퍼니 김동현 대표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바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마트컴퍼니 제공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바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마트컴퍼니 제공
이달 초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우울했던 경험을 털어놓는 방이 만들어졌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경험이나 불안감에 힘들었던 순간을 숨기지 말고 서로 공유하며 위로를 주고받자는 취지였다. 별다른 홍보가 없었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1700여 명이 모였다. 3시간 가까이 대화가 이어질 만큼 다채로운 우울증 극복기가 오갔다.

방 개설을 주도한 이는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31)다. 5년 전 모바일 정신건강 플랫폼 ‘트로스트’를 개발한 청년 창업가다. 그는 대학 시절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1년간 학내 심리상담센터를 다녔던 경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남들이 알거나 기록이 남는 것이 두려워 치료나 상담을 꺼리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우울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며 “정신건강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로스트(Trost)는 독일어로 ‘위안’이라는 뜻이다. 익명으로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해 고민 키워드를 선택하면 상담사를 추천해준다. 현재 등록된 상담사는 90여 명. 상담사 소개와 고객 리뷰 등을 보고 상담사를 선택할 수 있다. 비용은 1회 1만5000원부터 6만 원까지 다양하다. 채팅과 전화상담만 해오다가 최근에는 대면상담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한 달에 약 2000건의 상담이 이뤄진다.

트로스트는 상담 연결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도 그중 하나다. 24시간 상담창구를 열어 내담자가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분석한다. 김 대표는 “고객의 위기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더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으로 고객의 우울감 등을 체크하는 트로스트 앱. 트로스트 앱 캡처
인공지능(AI)으로 고객의 우울감 등을 체크하는 트로스트 앱. 트로스트 앱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20대(55.5%)와 여성층(83.5%)이 트로스트의 주 고객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엔 30, 40대 남성 이용자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요 상담 키워드로 우울, 불안, 자존감 상실을 꼽는 이용자가 많다”고 말했다.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의 일환으로 트로스트를 이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사내 상담시설이 있어도 회사의 눈치가 보여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익명으로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기관 및 기업 35곳이 사용 계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직원의 심리 상담 및 정신건강 관리가 이직률을 낮추는 등 기업 생산성 향상과 이어지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휴마트컴퍼니는 최근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4만여 명의 고객 상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빅데이터 및 AI를 활용해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열리면 트로스트도 유력한 서비스 후보군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용자의 60%는 트로스트를 통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경우”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마음 방역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정신건강#앱#휴마트컴퍼니#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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