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식당을 하는 A 씨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을까 말까 매일 고심하고 있는데 예고 없이 들이닥친 공무원들이 위생 점검을 한다며 주방을 마구 뒤지고 냉장고 문을 열어젖히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옵디다.”
울산시가 관광지와 놀이공원, 역, 터미널 주변 식당과 유흥업소 등을 대상으로 위생 점검에 나서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단속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봄나들이철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 합동 점검’을 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단속 기간은 17∼23일. 울산에서는 151곳이 대상이다. 식당이 72곳으로 가장 많고 유흥주점 28곳, 휴게음식점 23곳, 단란주점 16곳 등이다. 단속의 공정성을 위해 구군 공무원 교차 점검에다 민간도 참여시켜 16명으로 점검반을 꾸렸다.
A 씨의 식당은 일부 시설 불량 등으로 적발됐다. 점검반은 “영업정지 또는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울산시 관계자는 “봄 관광시즌을 앞두고 매년 실시하던 점검”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식품 위생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 여부도 점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필이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식당과 유흥업소를 굳이 지금 단속에 나서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부는 식당과 유흥업소를 비롯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을 헤아려 총 15조 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4차 재난지원금은 공고 기간을 거쳐 29일부터 100만∼50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울산에서는 식당과 유흥업소 등 6만3000여 소상공인이 대상이다. A 씨에게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면 재난지원금을 받아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울산시와 구군의 위생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업무다. 해당 업소의 위생 점검은 이들 몫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식약처의 융통성 없는 단속 지시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지역 실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따르는 것도 진정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조앤 치티스터 수녀의 책 제목처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