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갓길 불법주차 없어지고
골절 등 탐방객 안전사고 70% 급감
2시간 간격 최대 입장 인원 제한
코로나 방역에도 긍정적인 효과
한라산 정상을 가려는 탐방객들이 23일 새벽 성판악탐방안내소 입구에서 QR코드로 체크한 뒤 입장하고 있다. 탐방예약제 시행으로 정상으로 가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제공
23일 오전 6시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탐방로 입구.
이른 시간인데도 한라산 정상을 가려는 탐방객이 줄지어 섰다. 탐방예약제 시행에 따라 등산객들은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전송받은 QR코드를 입구에서 확인한 뒤 입장했다. 국립공원 직원들은 입장에 앞서 절차를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 탐방로 입구 도로변은 주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지정 주차장을 제외하고는 차량을 한 대도 볼 수 없었다. 도로변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 차단봉을 설치한 덕분이다. 탐방예약제 시행으로 한라산 등산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한라산 탐방예약제를 시행한 결과 고질적인 불법 주차를 해소하고 탐방객 안전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탐방예약제는 지난해 2월 1일부터 12일까지 시범 운영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중단됐다가 올해 1월부터 다시 시행하고 있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는 국내 국립공원 중에서 주 등산로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첫 사례다. 탐방예약제 시행에 따라 갓길에 300∼400대가 불법 주차한 모습이 사라졌다. 탐방객 편의를 위해 제주국제대 입구에 별도의 대형 주차장을 조성했다. 승용차 50대 정도 주차가 가능한 탐방로 입구 주차장은 이른 시간에 모두 들어차 탐방객 대부분은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성판악탐방로 탐방객은 3만28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105명에 비해 60% 정도 감소했다.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또 다른 탐방로인 관음사탐방로 입장객은 지난달 말까지 1만381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3744명과 비슷하다.
탐방예약제 시행 후 골절, 심장마비 등 산악환자가 급감한 것은 가장 큰 효과로 분석됐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산악환자 발생 건수는 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9건에 비해 70%가량 감소했다. 쓰레기 발생량도 탐방예약제 시행 이후 46%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판악탐방안내소 관계자는 “체력은 물론 신발이나 안전장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무모하게 입장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탐방예약제를 실시한 뒤로는 등산에 관심이 높거나 경험이 많은 탐방객들이 주로 찾으면서 안전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이 코로나19 방역 대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시간 간격으로 최대 입장 가능 인원을 설정해 예약을 받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 혼잡을 줄였고 비대면 출입 인증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근용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사전예약으로 약간의 불편이 발생하지만 한라산의 지속가능한 환경자산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탐방예약제가 완전히 정착되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예약제는 2018년 실시한 ‘세계유산지구 등 탐방객 수용방안 및 관리계획 수립용역’에서 제시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적용 구간은 정상을 탐방하는 성판악·관음사탐방로다. 하루 최대 탐방예약 인원을 성판악탐방로는 1000명, 관음사탐방로는 500명으로 각각 산정했다.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탐방예약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전화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예약 뒤 취소 없이 탐방하지 않을 경우 1회 위반 3개월, 2회 위반은 1년 동안 예약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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