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2월 보도한 ‘환생‘ 시리즈 1회 디지털 스토리텔링 페이지(original.donga.com) 화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이 시행된 지 21년 만에 정부가 장기 기증 활성화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장기 이식 대기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뇌사 기증자는 줄어드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보건소와 운전면허시험장 등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늘어난다. 기증 유가족에 대한 예우도 확대된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에서 생명나눔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2021∼2025)’을 23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기준 장기 이식 대기자는 3만8000명이 넘지만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오히려 500명 이하로 줄었다”며 “장기 기증 희망 등록 참여를 현재 전 국민의 3% 수준에서 15%까지 높이고 인구 100만 명당 뇌사 기증자 수도 현재 8.7명에서 15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장기 기증 희망 등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민간 장기 기증 운동단체 위주로 장기 기증 희망 서약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전국 보건소는 물론이고 운전면허시험장에서도 면허증을 새로 발급받거나 갱신할 때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할 수 있다.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교육과 홍보도 확대된다. 특히 학교 내 교육이 강화된다. 정부는 “생명 나눔의 필요성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나눔문화 강사를 양성하고 시범학교 선정 등 다양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도 확대된다. 유가족 지원 서비스 표준안이 마련돼 기증 과정부터 장례에 이르기까지 전담인력이 도울 수 있게 된다. 또 장례 이후에는 상담 및 자조 모임 등을 통해 유가족의 심리도 보살핀다.
현재 장기이식법은 기증 유가족이 이식 수혜자에게 금전적 대가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호 정보 공개 및 양측 간 직접 교류를 금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식 수혜자와 기증 유가족이 모두 동의할 경우 서로에 대한 감사와 지지를 전할 수 있도록 서신을 통한 간접 교류를 허용할 방침이다. 단,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공공기관이 서신 교류의 중간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많은 의료인과 유가족이 희망했던 장기 기증인 기념공원 건립도 본격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서울 용산구 옛 미군부대 부지에 조성되는 용산공원에 뇌사 장기 기증자의 추모시설을 건립하는 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 기증자 시신 복원과 추모앨범 제작 등 섬세한 예우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장기 기증을 주제로 지난달 본보가 보도한 ‘환생: 삶을 나눈 사람들’ 시리즈를 언급하며 “많은 사람이 기증자와 수혜자의 사연에 감동하는 것을 보고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인식 개선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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