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직 갈 길이 멀다.”
3년 전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으로 장애인 딸을 떠나보낸 임지수 씨(사진)의 말이다. 임 씨는 선천성 사지기형인 큰딸과 비장애아 둘째딸을 둔 평범한 주부였다. 어느 사회건 전체 인구의 약 3%는 장애인이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을 위한 시스템과 배려는 한국사회의 성숙도를 알려주는 척도일 수 있기에 임 씨의 지적은 아프게 다가온다. 임 씨는 큰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루게릭병으로부터는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5년간 큰딸을 키우면서 겪은 일을 두 권의 책에 담았다. 큰딸이 생존했을 때인 2015년 같이 쓴 ‘내 인생의 무지갯빛 스승’(케포이북스)에는 엄마로서 장애를 받아들이는 임 씨의 노력과 정상인으로 살아가려는 큰딸의 분투가 담겨 있다. 인간으로서 장애를 처음 대했을 때의 당혹감과 그것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솔직한 감정을 적었다. 또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조목조목 제기한다. 임 씨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큰딸로 인해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 고백은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원천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딸을 보낸 후 3년 만인 지난해 쓴 ‘다시 만날 때까지’(소명출판)에는 장애와 불치병이 어떻게 ‘죽음을 이긴 생명의 서사’가 됐는지 담았다.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면서 그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차별과 소외감이었다. “아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 함께 있기를 꺼려하는 눈치, 교사들조차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힘들었다.” 특히 임 씨는 “일반인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렇다 쳐도 공교육을 맡은 교사들이 장애인 학생을 대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임 씨는 대안교육을 택했다. 큰딸은 초등학교를 2학년까지만 다니고 홈스쿨링을 하다 2003년부터 대안학교에서 초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큰딸은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할 만큼 씩씩하고 건강했다. 임 씨는 “그런 아이가 공교육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밝힌다. 공교육에 대한 실망, 홈스쿨링의 어려움은 제대로 된 장애인 교육시스템이 있는 복지 선진국으로의 이민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교육의 이상적인 형태로 통합교육을 꼽는다. 통합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교육을 받는 것이다.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고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부도 장애인 교육의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통합교육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란 만만치 않다. 통합교육을 실천할 물적, 인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장애인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일어난 교사들의 아동학대는 좋은 장애인 교육이 시스템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임 씨는 큰딸이 떠난 지 3년 만에 두 번째 책을 낸 이유에 대해 “가슴에 자식을 묻은 어미의 마음을 넘어 우리가 넘어야 될 벽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같이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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