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첫 공판이 4·7 보궐선거 이후로 연기됐다. 이 때문에 이번 첫 공판일 변경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오 전 시장 변호인은 지난 11일 변론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공판기일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오는 4월13일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원래 잡힌 첫 공판일은 지난 23일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변호인이 앞으로 공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미리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으로, 통상적인 경우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는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공판기일을 공판준비기일로, 그것도 보궐선거가 끝난 이후로 변경하면서 선거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재판을 의도적으로 연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 전 시장은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책임을 지고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기자회견 또한 지난해 4·15 총선이 끝난 이후로 미뤄 사퇴 시기를 조율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사퇴 기자회견에 이어 이번엔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재판 마저 연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캠프에서 오 전 시장의 변호인인 정재성 변호사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해 이 같은 의혹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설립한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를 맡았었다. 오 전 시장 사퇴 기자회견 조율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 변호사가 막후 조력자였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부산여성100인행동은 24일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적 계산일뿐이며 피해자와 시민사회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성추행 범죄로 촉발된 선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주당의 입장만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오거돈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가 강제추행 피해자 A씨의 재판 연기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는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났다”며 “1년 가까이 제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면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양 위선을 떨던 분들은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전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보통 정치인이 출석하는 첫 공판의 경우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며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오 전 시장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이 여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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