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안전성과 효과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접종 후 혈전증 유발과 잇단 사망 사례 등으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자, 국가 수반인 문 대통령이 직접 효과 입증에 나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부에서 백신 부작용 사례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고 온라인상에서는 ‘주사기 바꿔치기’ 가짜뉴스까지 확산하며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2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문 대통령 부부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24일 SNS에 “백신 접종, 제가 맞아보니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장년층 이상에서는 대통령이 백신을 맞아 불안감이 다소 해소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신모씨(50대)는 “대통령이 안 맞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접종하지 않으려 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맞았다고 하니 불안감이 조금은 해소됐다”면서 “아직 대상자는 아니지만 7월 이후 차례가 오면 맞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70대 김모씨도 “대통령이 위험한 백신을 맞았겠나”며 “아들이 의사라 이번에 백신을 맞았는데 젊은층에서 이상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우리같은 노년층에선 이상반응이 크지 않다고 한다.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 빨리 맞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30대 윤모씨는 “백신 접종 후 사망자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정부에선 백신 부작용이 아닌 기저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하지만, 인간 중에 질병 하나 없는 경우가 어디있겠나”고 반문하면서 “불안해서 당분간은 백신을 맞고 싶지 않다”고 했다.
뇌경색에 당뇨가 있는 80대 아버지를 둔 김모씨(50대)는 “코로나19 걸렸을 때 사망 확률이 백신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훨씬 높으니 맞아야겠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며 “아버지께서 백신을 맞으셔야 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면 접종을 거부하려 했는데 화이자라서 맞으시라고 할 것이다. 화이자 접종 후기를 보니 아스트라제네카에 비해 통증이나 후유증이 별로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는 ‘주사기 바꿔치기’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있다. 문 대통령 부부 접종 이후 접종 장면이 공개됐는데, 간호사가 주사기 캡을 열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추출한 뒤 가림막 뒤로 갔다가 나오는 과정에서 주사기에 다시 캡이 씌워져 있었다는 의혹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의혹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니라 화이자 백신을 맞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역당국이 이를 허위정보 유포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 상황에선 정상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았다는 게 오히려 음모론” “제대로 백신 맞을거면 생중계 안할 이유가 전혀 없음. 구경하는건 생중계하고 직접 맞는건 사진으로? 말이 되냐 이게” 같은 억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일단 대통령이 접종을 했으니 더 이상 주사기 논란에 대해선 이야기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면서 “대통령 공개 접종으로 불필요한 불안감이 해소된 건 좋은 일이다. 국민들이 믿고 접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다만 “아스트라네카 백신이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점이나 혈전 사례들이 회자되고 있다”며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혈전이나 부작용 사례가 나올 때는 정부에서 보상책이나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젊은층의 경우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아 우려가 큰데, 부작용을 철저하게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감염내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백신 접종 일정을 충실하게 진행시켜서 결과물로 증명하는게 최선인 것 같다”면서 “백신을 맞은 지역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모습을 실제로 증명해서 국민들이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영국 데이터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고령층 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우리나라만 접종하는 백신이 아니다. 전세계에서 접종이 진행 중이고, 영국만 해도 1100만명 이상이 접종했다. 다른 나라를 포함하면 2000만~3000만명, 우리나라 인구만큼 이미 접종해서 문제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 어떤 사실로 증명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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