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 1위 한 날, 조국딸 의혹조사 지시한 文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6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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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던 정부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돌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실세로 꼽히는 조 전 장관의 위상을 감안할 때 교육부가 이번에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은 정부의 실무 차원 조치라기보다는 여권 핵심에서 이뤄진 정치적 판단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심 법원의 유죄 판단으로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할 당시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정 교수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소개서에 적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관련 내용도 부풀려진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당시 교육부는 “입학 취소는 부산대의 권한”이라거나 “법률 검토 중”이라며 회피하거나 시간을 끌어왔다. 국립대로서 교육부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부산대도 “최종 판결 때까지 행정 조치 등을 유보하겠다”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달 8일 교육부는 부산대에 조민 씨 입학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나설 것을 통보했다. 정 교수 1심 재판에서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시 제출한 일부 서류가 허위로 인정된 바 있는데, 의혹 해소와 입시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관련 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정 교수 1심 선고가 난 이후 석 달 가까이 이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려오던 정부가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기존 스탠스와 정반대의 조치를 대학에 요구한 것이다.

교육부는 올 초부터 시작한 법률 검토 결과가 이달 나온 데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보수야당에서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조국 버리기, 손절이 시작됐다”며 정치적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달 8일은 2019년 ‘조국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 후 실시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전달의 두 배 이상으로 지지율이 수직상승하면서 1위로 뛰어오른 결과가 공개된 날이었다. 당시는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2일 참여연대 등에 의해 폭로되고 윤 전 총장이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정면 반발하며 사직한 4일 이후 대선판과 여론의 흐름이 요동치기 시작한 때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벼락거지’가 됐다는 박탈감이 큰 젊은층은 최근 LH 사태 여파로 여당 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 젊은층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공정성'인데, 올 1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조민 씨가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공공기관 산하 병원의 전공의(인턴)가 된 것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제기된 것도 젊은층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조 씨는 의사고시 합격 직후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의 인턴 과정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했으나 인턴 지원 사실이 알려진 후 사회적으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할 정도로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다. 지금까지 많은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민 씨가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교육부와 부산대가 말을 아껴온 것도 조 전 장관이 현 정부에서 차지하는 높은 정치적 비중을 고려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초전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들이 고전하는 위기를 맞게 되면서 우리 사회 ‘공정’ 이슈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조민 씨의 의전원 입학 취소 문제를 여권이 정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분위기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선거를 위한 ‘여론 달래기용’이라는 평가가 우세한데,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총선 이후 지속해온 힘에 기반한 국정운영 기조까지 전환할지는 선거 결과가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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