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추가소송 첫 재판… 청구권 시효 놓고 공방
소송 서류 접수 거부하던 일본제철
법원 공시송달에 뒤늦게 소송 참여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첫 확정 판결을 내린 이후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추가로 제기한 소송의 첫 재판이 26일 뒤늦게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4단독 박세영 판사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 A 씨(97)와 B 씨(92)가 일본제철을 상대로 “각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A 씨는 1941년 1월 일본 이와테현의 가마이시 제철소로 끌려갔고, 2005년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위원회’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원고 측은 위원회에서 발급한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B 씨는 1944년 4월 일본 후쿠오카현 야하타 제철소로 끌려가 이듬해 9월까지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A, B 씨 등 피해자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직후인 2019년 4월 “일본제철의 제철소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제철이 소장 등 소송 서류를 받지 않아 그동안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 공시송달을 통해 일본제철이 소장 등을 받아본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일본제철은 변호사를 선임한 뒤 소송에 참여했다.
이날 재판에선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는지 등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 민법상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은 자신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3년이라는 판례가 있다. 피해자 측은 “2018년 대법원이 일본제철 패소를 확정지었을 때 피해자들은 자신도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 알게 됐다”며 “2018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019년 당시 피해자들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제철 측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며 “설령 청구권이 있다 하더라도 2005년 다른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때나 2012년 대법원 첫 판결 등을 기준으로 계산해 소송 제기가 가능한 기한이 끝났다”고 맞섰다. 만약 재판부가 피해자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추가 소송이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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