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됐던 ‘강간 상황극’ 사건에서 피해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남성 A 씨에게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A 씨가 ‘상황극이 아닌 것을 알고도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019년 8월 채팅앱에서 ‘강간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는 B 씨의 글을 보고 특정 주소로 찾아가 B 씨와 아무 관련이 없는 C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6월 1심은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 강간 상황극을 원한다는 게시물을 올린 여성인 걸로 알았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상황극이란 말에 속았다”는 A 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상황극이라고 생각했더라도 C 씨 반응을 보며 상황극이 아닌 실제 강간이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범행 후 C 씨의 휴대전화를 갖고 나가 지문을 지운 뒤 강가에 버렸다는 점도 성폭행 사실을 스스로 인지한 정황이라고 판단했다.
A 씨를 유인해 성폭행을 저지르도록 한 B 씨에 대해선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앞서 1심은 B 씨에 대해 “A 씨를 도구로 이용해 C 씨를 직접 성폭행한 것”이라며 주거침입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A 씨가 실제 강간을 했다는 점을 고려해 B 씨의 형량을 징역 9년으로 낮췄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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