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게도 코로나19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문밖을 나갈 때마다 집어 들어야 하는 마스크부터 학교, 일자리, 식당에서 밥 먹는 일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 속 궁금하고 알고 싶던 코로나19 이야기를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기자들이 말랑하게 풀어 전해드립니다.
‘줌 없는 금요일(Zoom-free Friday)’. 글로벌 금융사인 씨티그룹이 지난 금요일부터 시행한 제도입니다. 금요일만큼은 씨티그룹의 모든 직원들이 줌 회의를 비롯한 모든 화상회의를 하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2일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모를 통해 줌 없는 금요일 도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녀가 밝힌 도입 이유는 이렇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업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일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직원들이 ‘줌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국내에서도 줌 회의로 상징되는 재택근무가 새로운 일상이 됐습니다. 재택근무 초기만 해도 직장인들의 호응은 뜨거웠습니다. 꽃 단장하지 않아도 되고, 출근길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됩니다. 재미없는 농담을 던지는 부장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엔 마냥 편하기만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고충을 호소합니다. 출퇴근이 불명확해지면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게 가장 큰 불만입니다. 1주일에 2, 3회 재택근무를 하는 5년차 직장인 윤지아(가명·29) 씨는 집에서 일하는 날 어김없이 야근을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윤 씨의 직장상사는 “코로나19 걸리지 말라고 집에서 일하는데 저녁에 나가노는 건 아니지 않냐”며 퇴근 시간 후 업무를 시키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합니다.
재택근무에 대한 간부급 직원과 젊은 직원들의 인식은 첨예하게 갈립니다. 간부급 직원들은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감시하려 하고, 젊은 직원들은 상사의 의심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죠. 정보통신(IT) 기업에 재직 중인 정예은(가명·34) 씨는 재택근무를 할 바에야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편이 낫다고 잘라 말합니다. 일보다 상사와의 소통에 신경 쓰느라 업무 비효율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팀장님은 팀원들이 집에서 논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가 일하는 중이라는 걸 필요 이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팀장님의 메신저를 놓치지는 않았는지가 업무의 1순위가 되는 거죠. 화장실을 갈 때도 노트북을 들고 간다니까요.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보고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건 일상이예요.”
재택근무에 대한 불신이 직장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달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직장인 박민호(가명) 씨는 음성 판정 후에도 증상이 계속되자 재택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하루는 박 씨가 네트워크 문제로 평소보다 1, 2분 늦게 출근보고를 한 날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박 씨의 상사 A 씨는 “집에서 일하더니 근태가 불량해졌다”며 “내일부터 회사로 출근하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평소 정시보다 15분 일찍 출근하던 박 씨였기에 조금 늦더라도 지각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격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박 씨는 A 씨의 지시를 인사팀에 알렸고 회사는 재택근무를 계속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A 씨는 박 씨에게 “근태가 불량해 함께 일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며 괴롭혔습니다. 박 씨는 A 씨의 괴롭힘을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호소했습니다.
재택근무를 둘러싼 대부분의 갈등은 결국 부하직원이 내 눈 밖에서 틀림없이 놀고 있을 거라 여기는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가 피로감이 아닌 업무효율을 높이는 ‘뉴 노멀’로 자리 잡으려면 직원들간의 신뢰부터 다져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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