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35일째에 접어들었으나 접종률이 1.6%대에 그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3월말 도입 예정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4월 첫주로 연기되면서 물량이 40%나 줄었다.
방역당국은 2분기부터는 백신 접종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는 만큼 향후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백신을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정부가 방역당국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하는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의식해서다.
◇백신 접종 한 달 넘었는데 아직 1.69%…전 세계 100위 밖
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누적 87만6573명이다. 이에 따른 전 국민 1차 접종률은 5182만5932명(통계청 2021년 1월 말) 기준 1.69%다.
지난 2월 26일 처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해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고 해도 접종 속도가 크게 늦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서는 국민 70%가 9~10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 앞으로 6~7개월 동안 적어도 3500만명 이상이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기준 전 세계에서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이스라엘로 115.54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2차 접종까지 일괄적으로 합산한 것으로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52.63%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같은날 기준 우리나라는 100명당 1.68명에 그쳤다. 157개 개별국가와 8개 지역(전세계, 아시아, 유럽, EU, 북미,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165개 조사 대상 중 113위에 해당한다. 8개 지역을 제외한 국가별로도 100위권 밖이다.
미국은 44.13명이며 최근 코로나19 백신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백신 접종자 수는 100명당 약 16.23명이다.
우리나라의 100명당 접종자 수는 전 세계 평균(7.41명)은 물론 오세아니아 지역(1.5명)과 아프리카 지역(0.77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보다 적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 지역 평균 5.28명에 비해서도 크게 낮았다.
아시아 국가에선 싱가포르(22.54명)와 부탄(44.18)의 접종자 수가 크게 앞섰다. 인구 대국인 중국(7.97명)과 인도(4.57명)도 한국을 앞선 반면 일본(0.75명)과 대만(0.05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이후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는 느리다. 이스라엘의 경우 2월26일 92.11명에서 지난달 30일 115.54명으로 23.43명 순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69명 늘었다. 미국은 같은 기간 백신 접종자가 2배 넘게 증가했다.
◇2분기부터 접종 대상자 대폭 확대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이 2분기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계획에 따르면 2분기까지 1차 접종 예상자는 약 1200만명이다. 지난 2~3월 접종자 수가 85만명 조금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접종 인원이 크게 확대된다.
또한 2분기부터는 1회만 접종하는 얀센 백신 600만명분을 비롯해 노바백스와 모더나 백신이 각각 2000만명분씩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백신의 구체적 공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직 변수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인도와 유럽 등 주요 백신 생산국들이 백신 수출을 제한하는 등 백신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 31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로부터 공급 예정이던 AZ백신 69만회분은 오는 3일로 배송이 연기됐고, 공급 물량도 43만2000회분으로 축소됐다.
◇러시아백신, 자체개발 등 대안 마련해야
일각에서는 러시아 스푸트니크V 등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된 백신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푸트니크V는 국내에서도 위탁생산이 이루어지는데다 최근 임상3상 결과에서 예방효과가 9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은 랜싯에 3상 임상이 실려서 믿을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생겼다”며 “플랜 C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백신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한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체 백신 생산이 가능하면 앞으로 코로나19가 계속 반복되더라도 백신 수급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고 했지만, 변이 바이러스 등을 생각하면 지켜질지 의심스럽다”며 “(상황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자국 내 백신 공장을 추가로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