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이어 소득, 주거, 고용 순으로 "불평등 심각"
"자산 격차, 청년에게 거대한 장벽"
서울 청년 10명 중 9명이 우리 사회의 ‘자산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0대를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패닉 바잉(공황 구매)’ 열풍이 거세게 분 것도 이러한 비관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연구원이 분석한 ‘장벽사회, 청년 불평등의 특성과 과제’ 보고서(김승연 연구위원, 최광은 초빙연구위원, 박민진 연구원 작성)에 따르면 서울 청년 89.1%가 한국 사회에서 자산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연구팀이 지난해 7월 서울에 거주하는 만 20~39세 청년 1000명으로 대상으로 ‘서울 청년 불평등 인식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한 결과다.
불평등의 심각성을 영역별로 보면 자산에 이어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5.4%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주거(82%), 고용(75.8%), 교육(59.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불평등 영역에서 남성보다는 여성, 20대보다는 30대가 더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순위로 꼽은 불평등 영역도 자산(36.8%), 소득(33.8%), 주거(16.0%) 순으로 집계됐다.
집단 간 불평등에 있어서는 상위 1%와 하위 99%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상위 10%와 하위 90%(81.1%), 청년세대와 기성세대(78.3%), 대기업과 중소기업(77.7%), 정규직과 비정규직(74.7%) 순이었다.
연구팀은 “불평등의 여러 영역에서 자산 불평등의 심각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자산 격차가 청년에게는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진 것으로 영끌,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난 건‘ 지금 저 장벽을 넘지 못하면 평생 넘어설 수 없다’는 비관적 인식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인식도 뚜렷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는 청년이 86.3%에 달했다. 청년 81.2%는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취업이나 승진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노력하면 본인 세대에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인식하는 청년은 22.6%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2000년대 이후 쏟아진 무수한 기존 정책들이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게 결론 중 하나”라며 “구조개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하면서 기존 사회보장 정책의 틀을 대대적으로 해소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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