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긴급 출국금지 조치된 2019년 3월 당시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대통령민정비서관)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이규원 검사가 출금과 관련해 연락을 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4일 밝혀졌다. 사실상 이 비서관이 이 검사에게 불법 출금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검찰은 이 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조만간 출석 통보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규원이 연락할 것” 이광철이 차규근에 전화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1일 기소한 차 본부장을 조사할 당시 “2019년 3월 22일 이 비서관으로부터 ‘이 검사가 출금과 관련해 연락이 갈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이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검찰의 과거사 진상조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이 검사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8팀 소속으로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재조사를 맡았다.
검찰은 이 비서관이 차 본부장과의 연락을 전후해 이 검사와도 통화한 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 검사는 이후 차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 본부장은 이 검사와의 통화에서 인천공항 팩스번호를 알려주는 등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논의했다고 한다. 이후 이 검사는 3월 23일 0시 8분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김 전 차관의 2013년 서울중앙지검 사건 번호를 기재한 출금요청서를 법무부에 송부했다. 3시간 뒤인 오전 3시 8분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의 내사번호가 적힌 가짜 출금 승인요청서를 보내 이 서류로 김 전 차관의 출국이 제지됐다.
차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에 김 전 차관 출국 정보를 알리지 않았고, 법무부 윗선에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본부장은 법무부 직원들에게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조회하게 한 후 3월 22일 오후 10시 50분 “김 전 차관이 출국심사대를 방금 통과했다”는 보고를 실무진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이후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용구 법무실장에게 김 전 차관 출국 정보를 보고했고, 박상기 당시 장관은 연락이 닿지 않아 보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비서관이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알게 된 경위와 출금에 개입한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은 4·7 재·보궐선거 이후에 이 비서관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1일 차 본부장과 이 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의 공범으로 기소하며 “김 전 차관의 출국할 권리를 방해했다”는 공소사실을 적시했다.
● ‘靑 기획 사정’ 의혹 중심에도 이광철
수원지검 수사와는 별도로 이 비서관은 대검 진상조사단의 김 전 차관 성접대 재조사 과정에 대한 위법 여부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 파견 경력이 있는 윤규근 총경 등이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의혹을 덮기 위해 김 전 차관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이른바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의 중심에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검사가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만날 때마다 이 비서관과 통화한 내역 등이 확보됐다. 이 검사가 작성한 윤중천 면담보고서에는 상당 부분 허위 내용이 담겨 있었고, 이후 특정 언론에 보고서 내용이 유출돼 김 전 차관 사건의 재조사 여론을 일으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검찰은 평검사 신분인 이 검사가 혼자 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없다고 보고, 이 비서관을 불러 개입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이 비서관이 김 전 차관 외에 고 장자연 사건 기록의 유출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비서관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권상대)가 수사 중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도 지난해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 비서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비리 의혹을 제보받고, 첩보로 생산해 경찰에 내려보낸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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