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후 출사표 던지는 윤석열의 복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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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5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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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전초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4·7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달 전격 사퇴로 차기 대선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보선 이후 공식적인 정계입문에 나설지가 주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보선이 끝나면 정국이 급속히 대선판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이미 차기 대선 출마로 마음을 굳힌 윤 전 총장이 공식적인 출마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4일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반발하며 사퇴한 윤 전 총장은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만 안 했다 뿐이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내년 대선판에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차기 주자로 확실하게 부상해 있는 상태다. 아직 정계입문 전인데다 선거를 앞둔 국면이라 공개 활동과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는 있지만 재·보선 이후 출사표를 국민에게 내놓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4일 대검찰청 앞에서 직접 밝힌 사퇴 발언이 사실상 정계 입문이었다는 점에서 재·보선 이후 그의 움직임은 차기 대권을 향한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딛는 것이 된다. 따라서 자신이 왜 정치를 시작하고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고 하는지, 차기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어떤 비전과 꿈을 실현해 보일 수 있는지 등을 소상히 밝힐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간 검찰의 독립성을 수호해야 하는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 왜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와 명분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이라고 해서 대선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준사법기관의 수장이 중도 사퇴 후 곧바로 대선 후보로 직행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또 여권 일각의 주장처럼 법집행과 국가 공권력을 책임진 검찰총장이 대선 주자로 나설 경우 그간 윤 전 총장이 검사와 검찰총장으로 일하면서 내렸던 모든 결정과 쌓아온 성과들이 대권으로 가는 수단이 아니었느냐는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검찰 조직과 검사 후배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윤 전 총장이 지금 차기 대선판에 등판해 있는 것은 그가 처음부터 노리거나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검찰총장의 일반적인 대선 출마 상황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

공익의 수호자라는 검사직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컸던 윤 전 총장은 애초부터 정치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와 적폐청산 수사로 문재인 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한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고, 2년간의 총장 임기를 모두 마치는 것이 원래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총장 임명 직후 윤 전 총장의 결단으로 실행된 ‘조국 수사’ 이후 현 정부와 척을 지게 되면서 지난해 1년간 여권으로부터 가해진 일련의 ‘총장 몰아내기’ 압박이 오히려 그를 정치로 내몰았다는 평가가 많다.

문재인 정부 4년이 지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고,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진단한 윤 전 총장이 재·보선 이후 어떤 대안적 메시지로 대선 출사표를 던질지 주목되고 있다. 그간의 선거 판세가 이어져 보수 야권이 재·보선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고, 여권이 이길 경우에는 그간의 윤 전 총장 지지도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대선 판도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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