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지상공원형 아파트發 '택배 대란'
고덕동 한 아파트, 후문 앞 1000여개 쌓여
"지하주차장으로" vs "차량 커 못 들어가"
"차량을 바꿔라" vs "아파트 한곳 때문에?"
지난주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대단지 아파트에 다양한 크기의 택배상자 수천개가 길바닥에 널브러진 채 쌓여있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이 아파트가 이달 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면서 발생한 상황이다.
신축 지상공원형으로 설계된 이 아파트는 모든 도로를 보도블록으로 깔아 애초부터 지상 차량 출입을 제한하게 돼 있다는 게 아파트 측의 설명이다. 택배 차량 등이 다니면 보도 등 시설물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아이들 안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아파트 측은 혼란 방지 차원에서 지난해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올해 초부터 시행하려고 했고, 다만 설 연휴 기간 등을 감안해 이달부터 시행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긴급차량이나 이사차량 등을 제외하고는 택배 등 모든 차량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했다.
문제는 아파트 일부 택배 기사들의 차량이 크기 문제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들어가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구 높이는 2.3m다. 이보다 큰 트럭이나 탑차를 이용하는 택배 기사들은 아예 들어갈 수 없는 높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택배 회사들이 2.3m 높이에 들어갈 수 있는 저탑차량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택배기사 측은 차량을 바꾸는 비용은 기사가 직접 부담해야 하고, 한 아파트를 위해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파트 자체가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됐기 때문에, 지난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거친 후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택배기사 측에도 충분히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히 안내했기 때문에 택배회사 측에서 그에 맞게 차량을 바꿔줘야 한다고 본다”며 “현재까지도 택배차량은 막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택배기사 측은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저탑차량으로 바꾸는 비용은 택배 노동자가 직접 꿔야하기 때문에 자가 부담”이라며 “한 아파트를 위해서 차를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기사가 물건을 손수레로 나르게 된다면 기사의 근무시간과 노동 강도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고 했다.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한 택배기사들이 후문 쪽에 박스들을 두고 가면서 약 5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에선 곧바로 ‘택배 대란’으로 이어졌다.
아파트 측에 따르면 지난 2일 아파트 후문 근처에는 택배 상자 1000여개가 층층이 쌓여있었다. 주민들은 자신의 택배 박스를 찾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고 한다.
신축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지상 차량 출입 조치로 인한 택배 대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4월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지난해 7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월 지상공원형 아파트에 한해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를 2.7m로 상향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정부 규정 변경 이전에 건축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 같은 기준이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은 택배사와 아파트 주민 간 의견 조율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앞 택배 보관함을 따로 만들거나, 큰 차를 모는 택배기사들에 한에서는 출입을 허용해주는 방안들이 거론된다.
아파트 측은 입주민회의와 온라인 커뮤니티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대안을 찾으려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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