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미 친모, 죽은 아이 넋 기리려고 신발·옷 구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5일 19시 24분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A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DNA검사 인정하지 못한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2021.3.17 © News1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17일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고 있다. A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DNA검사 인정하지 못한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2021.3.17 © News1
숨진 경북 구미 3세 여아의 친모 A 씨(48)가 사체 은닉을 시도하기에 앞서 아이의 넋을 기리기 위해 신발과 옷을 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5일 오후 A 씨에 대해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동아일보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A 씨는 2월 9일 자신이 사는 빌라 위층에서 숨진 B 양(3)을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매장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인근 마트에서 B 양의 신발과 옷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아이의 넋을 기리기 위해 신발과 옷을 갈아입히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발견 당시 B 양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이 훼손돼 있었고 옷도 더럽혀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마트에서 아동용 신발과 옷을 산 거래내역을 확인했다”며 “매장하면서 아이의 넋이라도 기리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새로 산 신발과 옷을 실제 입히지는 못했다. 또 이불로 B 양의 사체를 감싼 뒤 종이박스에 담아 운반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갑자기 바람소리가 들려서 겁이나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은 A 씨가 임신과 출산을 했었다는 정황증거도 확보했다. △3년 전 휴대전화에 출산 관련 어플을 깔았고 △병원 진료기록 및 출산 전·후 몸무게 차이 △임신·출산 관련 의약품·의류 구입 내역 △휴가·조퇴 등 회사 근태 내역 등을 확인했다. 또 산부인과 외부인 출입 시스템과 주요통로 및 직원 동선 등을 파악했다.

이 같은 단서를 종합해 검경은 A 씨가 산부인과에서 신생아를 바꿔치기 했다고 최종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그동안 임신·출산 자체를 강하게 부정해왔다.

검찰관계자는 “A 씨의 임신과 출산을 추측할 수 있는 다수의 정황증거가 확인됐다”며 “산부인과에서 A 씨가 친딸 C 씨(22)의 딸을 약취한 사실도 파악했다”고 말했다.

C 씨가 출산한 여아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B 양의 친부 등의 소재도 현재까지 파악되지 못했다. 공범이 있는지 여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사라진 C 씨의 딸과 B 양의 친부의 행방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구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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