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처벌법 통과됐지만…피해자 보호법은 ‘준비중’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6일 08시 19분


스토킹 처벌법, 피해자 보호조치 제한적
피해자 보호법은 여가부 연구용역 중
부처간 칸막이로 처벌법·보호법 따로 제정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몇 달 동안 피해자를 스토킹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민사회에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이 진작 제정됐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피해자 보호’보다는 ‘가해자 처벌’에 중점을 맞춰 피해를 즉각 보호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통과된 법안 이름도 ‘스토킹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아닌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당초 법안에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함께 넣으려 했으나, 국회가 처벌법을 우선 통과시키고 피해자 보호를 후속 입법하기로 하면서 생긴 일이다.

정치권과 관련 부처는 처벌법과 보호법을 나눠 제도화하는 최근의 입법 추세와 ‘부처 간 칸막이’를 원인으로 꼽는다.

스토킹 처벌법, 피해자 보호조치는 ‘제한적’
지난달 통과된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 직권으로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 금지 등의 긴급 응급조치를 할 수 있으며 이 조치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그러나 반의사불벌 조항이 남아있는 데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조치를 신청할 수 없고, 위반해도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를 부과해 미흡하단 비판이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의 동거인, 가족 역시 스토킹 범죄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수많은 통계와 사례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며 가족 등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가족을 회유하는 방식으로 신고·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반의사불벌’ 조항을 넣었단 것이다.

피해자 보호법 ‘별도 마련’
지난 달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법무부는 ‘피해자 보호법은 여성가족부가 별도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보호조치 관련 연구용역을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진행 중이며, 오는 8월께 완료될 예정이란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5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관한 내용은 따로 마련하기로 하고, 스토킹 처벌법이 우선 통과됐다”며 “저희도 최대한 빨리 보호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토킹 처벌법을 발의한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가정폭력방지법 사례에서 보듯 처벌법과 피해자 보호법이 별도로 나뉘어 제정되는 추세”라며 “부처 간 칸막이나 역할 분담 때문에 법이 쪼개져 마련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해자 처벌은 법무부와 경찰, 피해자 보호와 지원은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면서 ‘부처 간 칸막이’가 발생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을 급하게 통과시키면서 보호조치가 미흡해진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22년째 통과되지 못하던 법안은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역형 처벌이 가능해진다. 여가부는 “연구용역이 완료되기 전에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사업운영지침을 개정해 피해자 보호에 차질이 없도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선 “연구용역을 마치는 대로 피해자 보호법안 입법에 착수하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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