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석 의원, 의장단 수시로 찾아가 "업무추진비 카드 빌려달라"
의장·구청장 면담자리 끼어들어 노골적 요구도
"그런 적 없다"
의장 재임 당시 의정 홍보기념품을 사적으로 가져다가 유권자 등에게 돌려 파문을 일으킨 광주 서구의회 강기석 의원이 또 예산 유용 의혹에 휩싸였다.
6일 광주 서구의회 등에 따르면, 의장단 업무추진비 공용카드 월 한도액은 의장 240만원, 부의장 110만원, 상임위원장(의회운영·사회도시·기획총무위) 3명 각 80만원이다.
의장단이 아닌 의원은 별도의 업무추진비가 없다. 강 의원은 전반기(2018년 7월~2020년 7월) 의장을 지냈고, 후반기에는 업무추진비 지급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강 의원은 후반기 의장단 동료 의원들을 수시로 찾아가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의회 안팎에서 파다하다.의장직에서 내려온 뒤에도 후반기 의장단에 속한 동료 의원들을 찾아가 업무추진비용 법인카드를 무리하게 요구, 공금을 쓴다는 의혹이다.
A의원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강화되기 전에 강 의원이 불쑥 방에 찾아와 주민들과 식사를 하려는데 법인카드를 달라고 했다. 전임 의장에 대한 예우로 마지못해 건넸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결제 금액이 30만원 상당이었다”고 밝혔다.
B의원은 “의정활동하는 데 필요하다고 해 두 차례 빌려 준 적은 있다. 그나마 코로나19 방역 수칙 탓에 식당에서 8만원, 10만원 상당 금액을 결제한 것 같더라”고 했다.
C의원은 “강 의원이 의원실에 인기척도 없이 불쑥 들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결국은 업무추진비를 좀 나눠달라는 이야기다. 한 차례 빌려줬더니 식당에서 10만~11만원 가량의 식대를 결제했다. 이후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빌려간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목적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결제처는 대부분 음식점이었다.
강 의원은 심지어 최근 구 의회 의장실에서 의장과 구청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공식 석상에 끼어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공무원노조가 구청 청사 로비에 의원을 비판하는 팻말을 내걸었는데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거센 항의였으나, 이후 업무추진비 공용 카드를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강 의원의 언동은 구청·의회 안팎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서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는 ▲공적 의정활동과 무관한 개인 용도 사용 ▲밤 11시 이후 공적 의정활동과 관련이 적은 시간·장소 사용(객관적 자료 입증 시 예외) ▲친목·동우·동호회 및 시민사회단체 회비 ▲의원·공무원 국내외 출장 격려금 등에는 업무추진비를 사용·집행할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업무추진비 지급 대상이 아닌 강 의원이 카드를 빌려 쓴만큼, 용처·사용 용도의 적정성을 구체적으로 따지기 어렵다.
한 의원은 “의장단의 업무추진비를 민원인과의 만남 등의 목적으로 평 의원들이 빌려가는 것은 관행이다. 의정 활동을 적극 장려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8대 의회에서 강기석 의원의 구정 질의는 0건, 조례 발의는 의원 공동 발의만 20건이다.
전반기엔 의장을 맡았던만큼, 관례상 구정 질의는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례 대표 발의는 1건도 없다. 반면 후반기 의장은 임기가 반환점을 돌지 않았지만, 공동발의를 제외하고도 조례안 1건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강기석 의원은 “그런 카드(업무추진비 카드)를 가져다 쓴 적 없다. 더 이상 밝힐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강 의원은 전반기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의회 예산 사무관리비(5980만원) 중 1000만원으로 산 의회 방문 홍보기념품(넥타이·다기세트 등)의 대부분을 독식, 민원인·공직자에게 나눠줘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도 강 의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서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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