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금지, 두발제한, 폰 압수…‘인권 실종’ 대학 운동부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6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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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부원들 간 폭력적 통제하는 모습 발견돼
선후배간 심부름 강요, 휴대전화·데이트 제한
인권위 "관련 기관들, 규제 및 예방 방안 마련"

대학 운동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 다수가 선수 간 위계적인 문화에서 비롯된 심부름 강요, 외출·외박 제한 등 폭력적 행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실시한 ‘학교 운동부 폭력 문화·관습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6일 발표하며 “대학 운동부 내 위계적인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적 통제 관행을 규제·예방할 수 있도록 대한체육회, 관련 대학 및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권위 직권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전문운동선수 100명 이상, 운동부 10개 이상의 대규모 운동부를 운영하는 9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인권위는 초·중·고등학교 운동부 문화를 모두 경험한 대학교를 중심으로 인권침해 행위 양상과 원인을 검토하고자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운동부 안에서 운동부 문화로 인한 ‘폭력적 통제’가 행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폭력적 통제란 운동부의 위계적 문화를 배경으로 ▲빨래, 청소, 기타 잡일 등 선배들의 일상 업무를 후배들에게 전가▲휴대전화 압수, 두발 제한 등 일상 전반 통제▲외출·외박 제한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조사에 응했던 대학 선수들 가운데 38%는 외박·외출 제한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37.2%는 두발 길이, 복장 등에 있어서 제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32.2%는 선배의 심부름, 빨래·청소를 강요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적 통제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대학 선수들 중 24.8%는 인권침해적인 행위들이 한 달에 1~2회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21%는 거의 매일 있었다고 답했다.

폭력 및 일상행위의 통제와 제한은 주로 수직적인 관계에서 이뤄졌다. 대학 선수들은 폭력 및 일상행위의 통제·제한(심부름, 빨래·청소 강요)의 가해자로 선배 선수(65.6%)와 지도자(50.3%)를 주로 지목했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집합(33.8%), 욕설(31.8%), 외출·외박의 금지(27.4%) 등의 폭력 행위까지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폭력적 통제가 행해진 결과 운동선수들의 실적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 대학 선수 46.1%는 폭력적 통제가 운동부 운영·운동능력 향상·운동 수행·승리 등과 관계없다고 응답했으며, 폭력적 통제를 경험한 62.4%가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이해 안 됨’, 35.7%가 ‘운동을 그만 두고 싶어짐’이라 응답했다.

인권위는 폭력적 통제가 “대학선수 개인의 일탈로 인해 발생하는 대신 운동부의 위계적 문화의 일환으로 주로 저학년 선수들에게 강요되고 있다”며 “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 나아가 행복추구권 등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인권위는 “관계기관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조사 및 처벌의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고 짚었다. 이어“ 현존하는 대학 내 구제체계(인권센터 등)의 인력과 예산 등 자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한체육회, 운동부를 운영하는 주요 대학 및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위계적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이 전제된 각종 괴롭힘, 인권침해 등 폭력적 통제의 규제 및 예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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