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옥수수, 밀, 벼, 감자, 콩입니다. 작물은 문명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죠. 옥수수는 중미 지역의 마야 문명, 감자는 안데스산맥 지역의 잉카 문명을 꽃피게 했고, 두 곡물은 신대륙 발견 이후 인류의 식탁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밀과 보리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 지역에서 재배되었죠. 벼는 인도 문명, 콩과 벼는 중국 문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콩은 만주 지역에 거주한 고조선과 고구려인들이 많이 재배한 작물입니다. 그 후 벼와 함께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곡식으로 자리 잡았죠. 오늘은 콩의 역사를 따라가며 콩 재배의 장점, 콩과 음식 문화, 콩 유전자 보존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콩 재배의 장점
콩(대두)은 선사시대부터 만주와 한반도 지역에서 재배됐습니다. 고고학자들이 고조선과 고구려 유적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콩과 팥의 유체를 확인했지요. 식물사학자들도 만주와 한반도를 콩의 원산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은 벼와 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콩은 생태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며 재배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벼는 수평으로 만든 경작지, 많은 양의 물, 벼의 성장에 따른 복잡한 재배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콩은 비탈진 경사지에서도 잘 자라고, 일단 심어 놓으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재배가 가능합니다. 또 콩은 지력을 갉아먹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작물과 함께 심을 수 있습니다. 콩은 박테리아와 공생해 공기 속 질소를 흡수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토지를 기름지게 만들어주죠.
콩은 다른 작물에 비해 홍수나 가뭄의 피해가 별로 없고 수확량도 일정합니다. 이 때문에 콩은 자연재해에 대비한 구황작물로 이용됐고 민생 안정에 꼭 필요한 작물이었습니다. 보관도 몇 해나 할 수 있죠. 또 그 부산물은 가축의 먹이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농가에서 가축은 중요한 노동력이었는데, 그 가축의 중요한 먹이가 콩이었습니다.
현대의 콩은 친환경 음식 재료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기는 단백질을 공급하고 맛이 좋아 현대인들이 좋아하지만 동물을 사육하려면 많은 양의 곡식 사료가 필요합니다. 고기 소비량이 늘수록 산을 농지로 만들어야 하고 환경은 파괴됩니다. 고기 대신 콩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면 환경을 지키며 영양분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음식문화 발전과 콩
탄수화물이 풍부한 쌀과 단백질이 풍부한 콩은 최적의 조합입니다. 콩은 밥을 지을 때 직접 넣거나 두부를 만들어 먹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콩으로 장(된장, 간장, 고추장)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국물 요리도 만들었습니다. 우리 식탁의 가장 기본 조합인 밥과 된장국은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한 식단으로 평가받습니다. 콩은 단백질 외에도 철, 마그네슘, 칼륨, 아연, 엽산 등의 영향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성인병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합니다.
콩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아주 중요한 식량으로 대접받으며 각기 다른 음식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일본은 우리처럼 콩을 많이 먹는데, 우리나라의 청국장과 유사한 낫토, 미소라고 부르는 된장을 개발했습니다. 미소는 된장을 말리거나 볶아 환(작은 알갱이)으로 만든 것입니다. 휴대가 간편하고 뜨거운 물에 녹이면 빠르게 된장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중국은 다양한 두부 요리를 발전시켰습니다. 두부를 장시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취두부, 우리나라의 순두부와 비슷한 더우푸화(연두부), 두부와 다진 고기, 고추 소스로 만드는 마파두부 등이 대표적인 두부 요리입니다.
○다양한 콩의 종류와 종자 주권
우리나라가 선호하는 콩은 노란 콩(대두), 검정콩(서리태), 쥐눈이콩(서목태), 콩나물콩(오리알태, 수박태) 등이 대표적입니다. 노란 콩은 메주와 두부를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에 메주콩, 두부콩이라고도 불립니다. 레시틴, 사포닌 성분이 많아 항암 및 콜레스테롤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검정콩은 밥에 넣어 먹으면 비만 예방 효과가 뛰어나고, 쥐눈이콩은 한방에서 해독제로 쓰여 약콩이라고도 부릅니다.
1960년대까지 중국과 우리나라는 세계 콩 생산의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세계 콩 생산의 1, 2,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노란 콩은 대부분 동아시아에서 채집한 종자를 개량해 만든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5500여 종의 재래종 콩을 수집해 갔고 현재도 3200여 종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오늘날 우리나라, 중국, 일본은 콩을 대부분 수입해서 먹게 됐습니다.
다행히 종자 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보유 중인 8000여 종의 콩 유전자원을 가지고 품종 개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경북 영주시 부석면 일대에서 재배하던 재래종 콩을 수집해 ‘부석태’라는 콩 종자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부석태는 다른 콩보다 크기가 두 배 정도 굵고 색도 밝은 황색입니다. 앞으로 부석태 같은 신품종을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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