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심 도로 자율협력주행 실증지’로 지정됐다. 3일부터 두 달간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함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2일 기자가 직접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타봤다.
○ 왕복 8차로에서도 ‘안전 운행’
오후 2시 20분경 화성시 동탄 호수부영 3차·우미린 2차 버스정류장. 주민 10여 명을 태우고 동탄4동 행정복지센터를 출발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정차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지금부터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합니다.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운전자의 안내 방송이 끝나자 차 안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였다. 버스는 정류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속 60km까지 속도가 오르자 운전자는 핸들에서 두 손을 슬며시 뗐다. 여기서부터 정류장 9곳을 거쳐 돌아오는 6.6km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운행 구간이다.
버스는 잠시 후 차들로 붐비는 왕복 8차로의 일반도로에 접어들었다. 순간순간 차선을 바꾸며 차들이 버스 앞을 오갔지만 큰 불편 없이 버스는 안전하게 도로를 달렸다. 김도훈 군(11·청계초 5학년)은 “운전자가 손과 발을 뗐는데도 정말 차가 간다. 미래 도시에 와있는 기분이다. 신기하다”며 들떠 있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밖에서 보기엔 일반 미니버스와 구별하기 힘들다. 하지만 센서인 라이다(LIDAR·전파 대신 빛을 쏘는 레이더) 3대가 차체 앞과 뒤에 설치돼 있고 카메라도 6대나 달려 있다. 버스에 장착된 장비들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해 신호등과 주변 차량을 인지하며 도로를 달리게 된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버스가 입력된 정밀지도를 따라 운행할 때 라이다와 카메라가 실제 도로의 환경 정보를 인지해 주변 차들과 간격을 맞추고 속도를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정류장이 가까워지자 버스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정차 위치에 정확히 멈춰 섰다. 사고 위험이 큰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화성나래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진입하기에 앞서 “삐” 소리가 나면서 수동모드로 바뀌었다. 곧바로 운전자가 다시 핸들을 잡았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수동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진수 화성시 전략팀장은 “아직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자동차관리법상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레벨3’ 조건부 자율운행…6월 전시회 열려
이번에 선보인 버스는 15인승 미니버스를 개조해 만들었는데, ‘레벨3’ 수준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이나 혼잡 구간 등 운전자가 필요할 경우에만 수동으로 전환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방식이다. ‘레벨2’는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해 주는 정도다. 일반적으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3 단계부터 자율주행으로 본다.
버스는 주 5일(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행한다. 체험을 원하면 이메일로 사전 신청하거나 운행 구간 내 버스정류소에서 신청한 뒤 탑승할 수 있다. 한 번 운행할 때마다 이메일 신청자 4명과 현장 접수 11명 등 15명이 탄다.
화성시는 탑승 전후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미래 모빌리티 정책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시민 이동권 보장을 위한 무상 교통과 그린뉴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미래형 모빌리티 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6월 2일까지 동탄4동 행정복지센터 앞 광장에서 열리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전시회도 마련했다. 전시회에서는 △언맨드솔루션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로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수집 차량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도심형 자율주행차 D2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메이모빌리티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ELEC E6 등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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