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단속 비웃는 유흥주점들
밤10시이후 심야업소 비밀운영…5인이상 집합금지 위반도 다반사
층마다 사업자 다르게 ‘꼼수 등록’…당국 “법적문제 없어 제지 골머리”
“청담동 넘어갈 차 3대 올 수 있나?” “손님 열한 분 모실 차 있어?”
5일 오후 9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 거리.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로 좁은 골목은 관광객이 몰린 명동 거리만큼 왁자지껄했다. 여러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나온 남성 고객들과 그들을 접대한 종업원으로 짐작되는 여성들이 가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영업 종료 시간인 오후 10시를 앞두고 밖으로 나왔지만 그들은 귀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고객과 종업원들이 등장할 때마다 무전기를 들고 뒤따라 나온 남성들도 분주했다. 급히 차량을 수배하자 고급 외제차들이 골목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업소에서 나온 남녀를 2∼4명씩 함께 태우자 차는 천천히 어딘가로 갔다.
이들이 향한 곳은 주로 청담동이나 역삼동 쪽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룸살롱이라고 한다. 고객들을 태워 보낸 한 룸살롱 직원은 “최근에 여기서 늦게까지 영업하다가 단속에 걸렸다”며 “10시 이후에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장소로 2차를 가도록 손님들에게 권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방역에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지만 일부 유흥주점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해당 유흥주점의 관계자들은 “업소 특성상 오후 10시에 문을 닫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 최대한 단속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 손님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남구의 한 룸살롱에서 5일 제공한 ‘조판표(근무표)’를 보면 구멍 뚫린 방역 상황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2일 해당 업소의 영업 상황이 담긴 이 표에는 밀폐된 방 14개에 고객은 최소 34명이 방문했고, 종업원은 30명이 배석했다. 대부분 한 방에 고객이 3명 이상 들어가 술을 마신 걸로 나온다. 해당 업소 직원이 “손님 수에 맞춰서 똑같은 수의 여성 종업원이 들어간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모두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당국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영업이 적발된 뒤에도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는 유흥주점도 있었다. 역삼동의 A업소는 지난달 24일 밤 12시를 넘어 다음 날 새벽까지 문을 열었다가 강남구에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적발돼 7일까지 운영 중단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6일 오후 해당 유흥주점을 가봤더니 문을 닫기는커녕 오후 6시경부터 고객들이 몰려 북적거렸다.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것도 여전했다. 단속을 피해 영업을 숨기려는 분위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꼼수 등록’ 때문이다. 유흥주점들은 한 빌딩에서 같은 사업자라도 층마다 등록을 달리해 한 층이 단속돼도 다른 층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 강남구 관계자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제지할 방도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가 5일 서울경찰청, 질병관리청 등과 함께 강남구 유흥주점 및 단란주점 123곳에서 집중 야간 점검을 벌인 결과, 12개 업소가 방역수칙을 위반해 적발됐다. 단속된 유흥주점 6곳은 오후 10시 이후 영업을 하거나 이용 인원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적발된 사업장은 행정처분과 함께 ‘적색 업소’로 분류해 관련 기관들과 리스트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특별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부 유흥주점의 불법 영업으로 인해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업소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고 집중단속에 나섰다. 서울과 부산은 시경찰청과 지자체가 합동단속반 510명을 투입해 방역수칙 위반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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