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이규원 검사가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하기 직전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으로부터 ‘법무부, 대검과 조율이 됐으니 출금하라’는 연락을 받은 사실이 7일 밝혀졌다.
검찰은 이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컴퓨터 안에 있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이 상세하게 적힌 진술서 초안 파일을 확보했다. 이 검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당시 대검과 법무부에서 이미 조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광철 “김학의 출금, 대검-법무부와 조율”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했던 2019년 3월 22일 밤 이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비서관은 이 검사에게 “김 전 차관이 출국을 하려고 하니 출국금지를 해야 한다. 출금 등과 관련해 이미 대검과 법무부와 이야기가 됐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그러면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연락하라”고 이 검사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는 이 비서관이 이 검사에게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당시 이 비서관은 이 검사와의 연락을 전후해 차 본부장에게도 연락을 했다. 차 본부장 측은 “이 비서관으로부터 ‘이규원 검사가 출금과 관련해 연락을 할 것’이라고 연락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검사는 이 비서관의 말대로 차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차 본부장은 이 검사에게 출금에 필요한 행정 절차 등을 설명했다. 이 검사는 이 통화 이후인 3월 23일 0시 8분 김 전 차관에 대해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2013년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를 적은 출금요청서를 인천공항에 송부했다. 3시간 뒤인 오전 3시 8분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기입한 출금승인 요청서를 법무부에 보냈다.
법조계에서는 평검사 신분인 이 검사가 단독 결정으로 허위 내용이 담긴 서류를 꾸며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조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검사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에 “당시 대검과 법무부에서 이미 조율됐다는 얘기를 전달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진술서 등을 미리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 1월 하순 이 검사의 자택과 현 근무지인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검사는 검찰 수사에서도 “독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고, 이미 윗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현직 검사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을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 檢, 조만간 이 비서관 출석 요구할 듯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1일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이 비서관이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에 개입된 정황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이 조만간 이 비서관을 상대로 출석 요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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