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 절차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가 검찰총장 인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검찰 내 혼란을 수습하고 정권 말 비리 수사를 마무리 할 적임자가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르면 다음주 총장후보추천위를 열고 3명 이상의 후보를 추릴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현재 국민 천거 후보군들을 대상으로 추천위에 올릴 심사대상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추천위가 후보 3~4명을 정해 법무부 장관에 추천하면 장관이 최종 후보자 1명을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쯤 차기 검찰총장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7일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 “검찰총장 임명 절차가 정지된 것은 아니다”며 “추천하고 제청하면 마지막이 대통령 임명인데 이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추천위 위원장인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회동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관례를 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추천위는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이사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등 당연직 위원 5명과 박상기 전 장관,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혜욱 인하대 부총장 등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돼있다.
박 장관은 추천위 구성과 국민천거 절차는 신속히 추진하면서도 총장 임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드러냈다. 이날도 총장 후보 추천 진행 상황 질문에 “면밀히 상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총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당과 청와대가 후임 총장에 누굴 앉힐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 치켜세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검찰 내 신망이 떨어져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유력 피의자로 수사 대상에 올랐으나 정작 자신이 속한 검찰 조직의 조사를 거부했다. 그가 고집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지검장을 ‘황제조사’했다는 논란에 얽혀 있다.
여기에 선거 참패까지 더해지면서 검찰개혁의 동력이 떨어져 이 지검장을 밀어붙이기 어려워졌다.
정치권에는 민심을 확인한 여당과 청와대가 이 지검장 등 친(親) 정부 인사를 내세울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총장 자리에서 멀어졌으며 대신 연차와 경력을 갖춘 다른 인물은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론 두 차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지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56·24기)와 전임 대검 차장인 구본선 광주고검장(53·23기) 등이 거론된다.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봉욱 전 대검차장(56·19기),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58·20기) 등 법조계 ‘올드보이’들도 물망에 오른 상태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권 겨냥 수사를 막아내야하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지검장 혹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55·24기) 등 친 정부 인사를 낙점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여당 내 일부 강경론자들은 선거 참패를 극복할 방법으로 벌써부터 ‘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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