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 남성 유권자들의 표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쏠렸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며 ‘가식적’, ‘위선적’이라는 단어를 썼다.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 후보가 57.50%를 득표하며 박영선 민주당 후보(39.18%)를 18.32%포인트 격차로 크게 앞지르고 당선됐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후보는 18세, 19세, 20대 남성들에게 72.5%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22.2%만이 박 후보를 지지했다.
30대 남성들 역시 오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30대 남성 중 63.8%가 오 후보를 찍었다. 박 후보를 찍은 비율은 32.6%에 불과했다.
<뉴스1>이 취재한 젊은 남성들은 정권 심판을 위해 오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A씨(27)는 “오 후보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정권을 심판하자는 마음으로 오 후보를 찍었다”며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20대가 역사에 대한 경험치가 낮다거나 이명박근혜 시대 교육을 받아 보수화했다는 말을 할 때마다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하는 김모씨(27)는 민주당 후보의 가식적인 모습이 싫었다고 했다. 김씨는 “박영선 후보가 구멍난 운동화나 찢어진 구두를 신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표를 얻기 위해 하는 가식적인 행동처럼 보여 정이 안 가더라”며 “재산이 많은 박 후보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진정성이 없어보였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최모씨(30)는 “민주당이 당헌을 바꾸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모습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주당이 청년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도 싫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정책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A씨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 평범한 결혼·출산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꺾였다”며 “소득이 높아져도 서울에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우리 세대들이 코인이나 주식 같은 재테크에 몰두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씨 역시 “이번 정권은 부동산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실패했는데도 별로 바뀌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들은 월세에서만 살아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는 것 같고 여성 위주의 정책만 강조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남성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에 대해 “젊은 세대가 결혼도 연애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집권 4년 차에 들어섰기 때문에 과거 정부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젊은 남성 중 상당수는 남녀가 경쟁하는 환경에서 살아왔다고 생각해 민주당의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역차별로 느끼는 것 같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딜레마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전날(8일) 전원 사퇴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며 비대위원장은 도종환 의원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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